국제사회 "폭거" 경악·규탄… 요르단, 女테러범 사형 보복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인질로 붙잡고 있던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산채로 불태워 숨지게 하는 동영상을 3일 인터넷에 공개했다. 알카에다 사형수와 이 조종사의 맞교환을 추진하던 요르단 정부는 보복으로 사형수의 형을 바로 집행했다. 국제사회는 IS의 잔혹한 행위에 경악하며 일제히 “야만적 폭거”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IS가 이날 트위터에 공개한 22분짜리 영상에는 요르단의 F-16 전투기 조종사인 마즈 알카사스베(26) 중위를 야외에 설치된 철창에 가둬 놓고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한 뒤 불도저를 이용해 건물잔해로 덮어버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알카사스베는 지난해 12월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IS 공습에 참가했다가 전투기 추락으로 IS에 붙잡혔다. 생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알카사스베는 지난달 IS가 요르단에 수감 중인 자살폭탄 테러범 사지다 알리샤위(45)를 석방하지 않으면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와 함께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서면서 협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IS는 알카사스베의 생사를 보증하라는 요르단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협상에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실제 이번 동영상은 알리샤위 석방 요구가 있기 전인 지난달 3일 찍은 것으로 요르단 군은 파악하고 있다. IS가 알카사스베 살해 사실을 숨긴 채 거듭 ‘살해 위협’을 한 것은 요르단을 속여 알리샤위만 빼내거나 이목을 끌려는 선전 전술로 파악된다.
요르단 정부는 동영상이 공개되고 수 시간만인 4일 오전 4시 알리샤위 등 사형수 2명에 대한 교수형을 집행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앞서 요르단 정부와 군은 성명 등을 통해 “순교자의 피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요르단인을 공격한 이 참극에 비례해 복수하겠다”고 밝혔다. 수도 암만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IS 소굴을 불태우자”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라크 출신으로 이슬람 과격세력 알카에다 조직원인 알리샤위는 2005년 요르단 수도 암만의 호텔 3곳에서 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폭탄테러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사형을 선고 받고 9년째 복역해왔다. 다른 테러 모의 혐의로 사형 복역 중이던 알카에다 간부 지아드 알카르볼리도 이날 형이 집행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만나 조의를 표하고 “이번 사건이 IS를 분쇄하려는 국제동맹군의 의지를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공개된 동영상에 대해서는 “IS의 야만성을 보여줬다”며 비난했다. 자국민 두 명이 최근 IS에 희생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언어도단의 테러 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전세계 모든 국가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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