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있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도덕성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다. 일찌감치 제기된 재산형성 과정이나 병역 등 의혹들만 해도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이런 차에 지난달 말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의 해괴한 발언이 터져 나왔다. 드러난 그의 대(對)언론 인식과 언행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노골적인 대(對)언론 협박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도덕성 하자를 감추려는 불순한 의도마저 엿보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인사 검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언론계 고위층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언론사 간부 인사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권력을 주체할 수 없는 듯한 안하무인적 태도다. 이 후보자는 당시 모 종편TV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 없어’라고 했더니, (나중에)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그의 거취에 대한 판단까지도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이 후보자의 이 발언은 분당 토지 투기 의혹이 막 제기된 시점에서 나왔다. 2000년 이 후보자 장인이 2억6,000만원에 사들인 판교 인근 토지가 2년 뒤 이 후보자 부인에게 증여된 뒤 다시 차남에게 증여되면서 무려 10배 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시세차익이 2.5배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며칠 뒤 토지 물색 과정에 당시 국회 재경위원이었던 그의 관여 의혹이 드러났다. 뒤이어 동시 거래된 주변 13필지 중에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 자녀 3명과 중견기업 회장 등이 함께 매입한 사실까지 드러나 사전에 개발정보를 알고 집단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언론 외압 발언이 폭발성 커져가는 투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2002년 11월 강남 타워팰리스 매입도 웃돈을 얹은 분양권 전매에다 수억 원의 시세차익으로, 투기는 물론 재산신고 누락 의혹까지 제기됐다.
병역 문제 역시 속 시원하게 해명되지 않았다. 그는 최초 징병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행정고시 합격 후 재검 신청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비슷하게 현역 판정 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면제를 받은 차남도 공개검증까지 거쳤지만 환자 본인이 수술을 원했다는 기록지가 뒤늦게 발견됐다. 불가항력적인 면제냐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다. 석ㆍ박사 논문표절 문제도 가볍지 않다.
이 후보자가 이번에 상식 밖의 언론관까지 드러내면서 그간 우호적이던 야당도 태도를 바꿔 정면으로 “부적격”을 운운할 정도로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엄중하게 따져 가려야 할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이 후보자의 “대오각성”사과 정도로 양해될만한 상황은 이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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