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앞세워 막판 턱밑 추격 "도전 자체가 값지다" 평가 나와
막판 반전은 없었다.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봉사’라며 당 대표에 도전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당 대표 경선에서 문재인 신임 당 대표에 불과 3.52%포인트 뒤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턱 밑까지 추격하면서 호남ㆍ비노계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전대 직전 불거진 경선 룰 변경 논란 등 악재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 도전 자체가 값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울 것이 없다”면서 “승자가 잘해주길 바란다”고 승복했다. ‘강한 야당’과 ‘통합 대표’를 슬로건으로 내건 박 의원은 경선 막판까지 끈질긴 추격전을 펼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경선 초반 ‘문재인 대세론’이 지배적이었지만 경선을 진행할수록 특유의 언변과 조직력을 앞세워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혼전 구도를 만들었다. 특히 ‘대권ㆍ당권 분리론’ 등을 앞세워 선거인단의 85%에 이르는 당심(黨心)을 철저히 파고들어 상대 진영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결과 민심을 반영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29.45%의 득표율로 문 대표(58.05%)에 크게 뒤졌지만 권리당원ARS 투표(45.76%)와 일반당원 여론조사(44.41%) 득표율은 오히려 문 대표를 앞섰다. 최종 득표율에서도 41.78%를 얻어 문 대표(45.30%)를 3.52% 포인트 차로 추격했다. 결국 호남과 동교동계ㆍ비노계의 표가 막판에 박 의원에게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비노계 주승용 의원이 1위로 당선된 점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호남 지역 정치인’이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차기 총선을 앞두고 문 대표와 같은 유력 대권주자가 당을 이끌어야 새누리당과 경쟁할 수 있다는 현실론을 넘지 못했다. 또 경선 과정 중에 문 대표에 대한 집요한 네거티브 전략과 경선 룰 관련 이의제기로 “전대에 대한 피로감을 격화시키고 정책 선거를 실종시켰다”는 비판도 부담이 됐다.
당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지만 박 의원의 입지는 좁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전대 직후 “앞으로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문 대표 체제 하에서 호남ㆍ비노 세력의 구심점이 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호남과 비노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끌어올렸고 여전히 옛 민주계와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문 대표 입장에서도 당내 단합과 일각의 분당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박 의원 끌어안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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