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 치솟고 청약통장 규제 완화 등 잇단 호재
정권 바뀌면 사업 중단 불안감에 장관 발 벗고 나섰지만
"분양시장 대목 모험할 이유 없어"대부분 뒷짐
민간기업이 임대주택을 지어 1가구당 8년까지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뉴스테이 사업)’ 계획을 정부가 발표한 지 한 달 가량. 정부가 대형 건설사들을 향해 집요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다.
대신 이들이 공을 쏟고 있는 건 신규 분양이다. 연초부터 청약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공사비 회수가 쉬운 신규 분양에 주택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작년부터 아파트 미분양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분양이 잘 되는데 굳이 임대사업에 눈을 돌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지금은 분양사업에 매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뉴스테이 사업에 참여를 공식화한 건설사는 지금까지 대림산업 한 곳뿐이다. 나머지 회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반응은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와 대조를 이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 뉴스테이 정책발표를 통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은 뒤, 서승환 장관이 직접 대형건설사 CEO들을 만나고 구체적인 대상 택지를 공개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태도는 오히려 갈수록 소극적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앞으로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는 모른다는 변수는 있지만 일단 올해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방침을 굳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밝히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분양에 주력하려는 주택 사업의 기본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결제원의 인터넷 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작년 7ㆍ24 대책 발표 이후 지난 달 말까지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8.81대 1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에는 1순위 청약통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4월부터는 분양가 상한제까지도 사실상 폐지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분양시장에 몇 년 만에 대목이 찾아왔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구성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대형사들의 경우 내년 이후에도 신규 주택사업 전망이 나쁘지 않다. 향후 분양시장은 대규모 택지개발이 줄어들고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 정비사업의 경우 대형사들의 수주 비중이 80%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비사업은 입찰과정이 조달청 발주가 아닌 조합원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2021년까지 재건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분양시장에서 대형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공급 예정 아파트 가운데 재개발ㆍ재건축 물량은 6만1,787가구로 10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처럼 정비사업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하나대투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 중 6대 건설사(대림 대우 삼성 GS 현대 현대산업)의 비중은 40.2%로 작년(22.6%)의 두 배 가까이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사들은 지역마다 사무소를 추가하는 등 정비사업 수주에 주택사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연 연구위원은 “뉴스테이 사업이 조기 안착하려면 대형사들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건설사들 입장에선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중견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등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불안감도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사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에 임대주택 사업 지원이 중단된다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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