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지상군 제한적 투입 전제로 IS 격퇴 무력 사용권 의회 승인 요청
기간은 3년… 지리적 제한은 없어, 공화·민주당 일단 수긍하는 분위기
4번째 미국인 희생자 뮬러, 구호단체 활동하다 2013년 납치
"시일이 길어져도 무너지거나 항복 안 할 것" 강한 면모 보여줘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에 억류됐던 미국인 여성 인질이 숨진 사실이 공식 확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지속적인 지상군 투입은 제한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무력 사용권한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지상군 투입 절대 불가’를 고수하던 오바마 행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변화라는 해석도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입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절충안을 통해 하루 빨리 무력 사용권을 승인 받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발표 “미국을 대신해 IS에 인질로 억류됐던 케일라 진 뮬러(26ㆍ사진)의 유족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는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뮬러를 납치하고 살해한 테러범들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애리조나 주 프레스콧 출신인 뮬러는 시리아 난민을 돕기 위해 2012년부터 터키 인도주의 구호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2013년 8월 납치됐으며, 미국인 인질 가운데 4번째 희생자다.
뮬러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의연하게 행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IS를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뮬러는 숨지기 전인 지난해 다른 서방 인질을 통해 가족에게 전달된 편지에서 “시일이 길어져도 나는 무너지거나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감옥에 있더라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강인한 면모를 보였다.
뮬러의 사망에 대한 공분이 높아지자 오바마 대통령도 그 동안 문제가 됐던 IS 격퇴를 위한 공식적인 전쟁 수행권한을 미 의회에 요청키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9월 아랍 동맹국들과 함께 미군의 IS공습을 명령했지만 의회의 별도 승인은 받지 않았다. 대신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 때 받아낸 ‘무력 사용권’을 법적 근거로 제시해 공화당의 비난을 받아 왔다.
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절대 불가’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의회 다수당이자, 무력 사용권 승인에 호의적인 공화당과 또 다른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민주당 진보 진영의 주장을 반영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승인 요청안에 ‘지속적 지상군 투입 제한’내용이 포함됐다. 적극적 무력 개입을 원하는 공화당 입장을 반영해 ▦지상전 가능성을 열어 놓기는 하되 ▦지속적인 지상군 투입은 금지해 민주당도 설득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무력 사용권을 행사할 수 기한을 3년으로 제한하되, IS 추종 및 지원세력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무력사용권의 ‘지리적 제한’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IS 세력이 시리아를 넘어 요르단이나 레바논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절충안에 대해 일단 공화당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공화당 대권 주자인 랜드 폴(켄터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은 무력사용권 승인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백악관과 이 문제를 협의해온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 하원의원은 “대통령에게 ‘백지위임’을 주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상군 파병 금지 등 제한된 권한 승인만 바라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절충점을 모색하는 것을 환영했다.
하지만 의회의 최종 승인을 얻기까지 치열한 정파 대립이 예상된다. 우선 공화당은 뮬러 사망을 계기로 일단 지상군 배치의 제약을 없애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속내는 ‘지상군 파병 불가’인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지속적인 지상군 투입’이라는 문구의 뜻이 너무 모호해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가 ‘3년’의 시한을 제시한 만큼, 민주당은 이번에 무력 사용권을 승인할 경우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차기 대통령이 또다시 의회 승인 없이 이를 행사하게 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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