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이승만·박정희 참배 어리둥절… 전략 설정에 사전 공감대 필요"
文, 당내 이완구 낙마 요구 따를 땐 충청권 민심 이반할라 고민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초부터 당 안팎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통합 차원에서 결행한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여전하고,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를 두고 대여관계 설정과 충청 민심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논란은 11일에도 이어졌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의 진정성을 받아들인다 해도 (박근혜정부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마당에 어리둥절하고, 국민에게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문 대표의 대여관계 기조와 관련, “박근혜정부에 대한 전면전보다 우선해야 할 게 민생파탄과의 전면전”이라며 “어차피 내년 총선에서 전면전이 예비돼 있는데 (서둘러 제기해) 오히려 민생파탄을 초래한 박근혜정부에 구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대한 전략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합의된 노선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선 “사전에 측근들끼리 모여 결정한 것을 공감대 없이 일방통보한 건 문제다”, “대선 때 캠프 핵심관계자 몇몇이서 모든 걸 결정했을 때와 뭐가 다르냐”는 등 전 최고위원의 지적과 궤를 같이 하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당 지도부가 선명성만 강조하는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해 “이름 그대로 황당하고 교활한 안목을 가졌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전날에도 문 대표의 참배 행보를 비판하던 중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이유는 없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정 최고위원의 ‘언어 갑질’이 중도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건 물론이고 언젠가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문 대표는 2013년 출간한 대선 회고록에서 야권의 근본주의에 대해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도 골치거리다. 문 대표는 전날 언론외압 논란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이 추가로 공개된 것을 거론하며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음을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전당대회 기간 중 ‘호남 총리’ 발언으로 충청지역의 거센 반발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터라 여전히 최종 결심을 미룬 상태다. 이 후보자에 대한 당내의 거센 낙마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워 보이지만, 가뜩이나 심상치 않은 충청권 민심이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 ‘중원표심’은 문 대표의 차기 대권행보와 직결된 내년 20대 총선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표는 이 후보자 인준 문제에 대해 “양론이 있지 않겠느냐”, “두고 보자”는 등 말을 아끼는 모습도 보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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