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한 가정에 입양돼 자라온 중국의 한 ‘유괴 피해’ 소년이 15년 만에 만난 친부모를 거부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중국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에 따르면 천정시(陳正喜), 왕야오탸오(汪窈窕) 부부의 아들 샤오천(小陳ㆍ당시 2세)은 2000년 1월 광저우(廣州)에서 아동인신매매범에게 유괴됐다. 왕씨는 “길에서 만난 한 여성이 ‘동향 출신’이라며 우리 부부에 접근한 뒤 샤오천에게 사탕을 사주겠다고 하고 데려갔다”고 말했다. 가난한 천씨 부부는 폐품까지 주워 팔며 아이를 찾기 위해 광저우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이듬해 3월 공안당국이 인신매매조직을 대대적으로 소탕하면서 샤오천도 극적으로 구출했다. 조사결과 인신매매범은 1만3,000위안을 받고 천(陳)모(당시 40대ㆍ여)씨에게 샤오천을 팔았다. 그러나 당국은 납치범을 잡지 못해 친부모를 찾아줄 수 없었고, 샤오천은 다시 고아원에 맡겨졌다. 상가 여러 채를 가진 부자 천씨가 이 소식을 듣고 법적 절차에 따라 샤오천을 정식 입양했다.
14년이 흐른 지난해 4월 또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광저우 선전시 난산(南山)공안국이 보관하던 샤오천의 DNA가 천정시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공안의 도움 끝에 지난해 9월 천씨 부부는 잃어버린 아들과 15년 만에 재회해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샤오천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첫 상봉 이후 문자메시지 하나만 남겨놓고 사라졌다. 샤오천은 공안기관을 통해 계속 양부모하고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왜 그들(친부모)이 나를 찾아왔는지 정말 이상하고, 매우 귀찮다”며 “그들의 감정 때문에 숨조차 쉬기 어렵고, 양부모의 사랑을 잃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친모 왕씨는 “모자는 마음으로 이어져있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대체 우리를 보면서 왜 어떤 감정도 들지 않는 것이냐”며 한탄했다. 샤오천 부모는 결국 아들의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다만 아들이 간혹 자신들과 만나줄 것을 희망했다. 중국법률에 따르면 만 17세가 안 된 유괴피해 아이는 원칙적으로 친부모가 돌보게 돼있다.
부친 천씨는 샤오천과 첫 상봉을 한 지 얼마 안 돼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최근 중국중앙(CC)TV의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천씨는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전하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들을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언론들은 “샤오천이 결국은 부친의 요청에 비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아동 유괴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남아있다. 중국에서 매년 불법입양, 강제노동 등을 목적으로 유괴돼 매매되는 아동의 수는 최소 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여아는 한 명당 3만~5만 위안(약 540만~900만원), 남아는 7만~8만 위안(약 1,260만~1,440만원)에 거래되는 ‘아동 매매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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