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에 판공비 年 10억, 지역 내 '5대 기관장' 대접까지
감사기능 등 내부 견제는 취약, 인사청탁 등 각종 비리 잇달아
3ㆍ11 조합장 선거가 혼탁한 이유는 그 자리가 ‘농어촌의 권력자’로 불릴 만큼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농협, 수협, 산림 조합장 선거의 공명선거를 위해 법까지 개정, 이번에 처음 전국 동시선거로 치르도록 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이런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전국 농ㆍ수ㆍ축협의 총 자산은 288조원으로, 조합당 평균 자산이 2,500억원에 달한다. 강원 양구군의 올해 예산 2,489억원과 엇비슷한 액수다. 여기에 조합장은 연봉이 1억원 안팎에 이르고 홍보활동비, 경조사비, 조합원 선물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10억원 내외의 교육지원사업비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웬만한 공사 사장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 것이다. 여기에다 조합장은 농산물 판매, 대출, 인사 등에 대한 전권을 갖고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게 조합원들의 얘기다. 강원지역 농협 조합원 김모(70)씨는 “금융이니 유통이니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권한을 조합장 한 사람이 독점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조합장이 시장군수와 지방의회 의장, 교육장, 경찰서장과 함께 ‘5대 기관장’ 대접을 받는다. 당선만 되면 지역사회 ‘어르신’이 되는 셈이다.
조합장의 권한은 이처럼 막강하지만 이에 대한 내부 견제는 취약하다. 지방의회의 견제를 받는 자치단체장보다 조합장 일하기가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때문에 내부비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비리 유형은 인사청탁, 금융비리 등 후진국 형에 가깝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0~14년 조합장의 자녀 81명이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해당 조합에 특채 되기까지 했다.
조합장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는 후보자들의 속내도 선거가 과열되는 배경이다. 유대관계가 끈끈한 지역사회 특성상 조합을 지지기반으로 하면 향후 다른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깜깜이 선거’가 탈법과 불법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선거 보름 전에 후보등록을 시작하고, 선거운동은 13일 동안으로 제한시킨 것은 물론 후보자 본인 이외에는 누구도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도록 규정했다. 합동토론회와 연설회도 금지시켰다. 제도적으로 유권자인 조합원 만나기가 봉쇄된 탓에 조합원에게 돈 봉투를 살포하거나,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부정행위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막강한 프리미엄을 누리는 현직 조합장이 선거 당일까지도 각종 선심성 정책을 펼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직 농협중앙회 임원은 “조합장이 봉사하는 자리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책과 비전을 알릴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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