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기간이 만료된 77개 품목을 심의해 두부와 어묵, 재생타이어 등 49개를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했다. 또 중소업계가 새로 지정을 신청해 온 14개 품목 가운데 문구소매업, 떡국떡ㆍ떡볶이떡 등 5개 품목을 신규 지정했다. 이들 54개 품목에 대해선 2017년까지 3년 간 대기업의 확장 또는 진입자제 권고가 내려진다.
동반위의 이번 결정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품목 지정을 엄격히 하는 등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화장품 소매업 등 기존 17개 업종에 대해 재지정 신청을 철회 또는 반려한 점이나, 아스콘 등 8개 업종을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영역침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시장감시품목으로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기 적합업종지정제도는 골목 상권 보호와 육성을 위해 특정 업종의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거나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로 2011년 9월 도입됐다. 그 동안 100여 개 품목이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영세ㆍ중소기업의 생존권 보호에 적잖이 기여했다. 하지만 대기업 진입금지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 소비자 선택권 제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외국계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실제 대기업 진출을 막았더니 어묵의 경우 일본계 외식업체들이 그 자리를 메웠고, 재생 타이어는 글로벌 업체들이 10%까지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이번에 문구소매업의 신규 지정으로 대형마트가 앞으로 문구류를 취급할 수 없게 돼 이를 납품하는 소상인의 매출 감소 및 소비자 불편도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대형마트들이 적합업종제도의 축소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들이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길러주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의지를 꺾는 반시장적 규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ㆍ중소기업 격차가 심해지는 우리 사회에서 승자독식의 시장원리만을 내세울 수는 없다. 전체 일자리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해야 마땅하다. 동반위가 흔들림 없이 적합업종제도의 취지를 살려나가는 게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 보호의 울타리만을 무한정 칠 수 없는 만큼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자구노력, 제도 도입 전후의 시장점유율 증감, 소비자 불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실(失)이 더 크다면 지정된 품목이라도 1~2년 안에 지정 해제 등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강제적 적합업종 지정보다는 이해 당사자간 자율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에 레미콘, LED조명기구 등 25개 품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약을 맺은 것처럼 이런 상생 모델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동반성장은 양극화가 극심한 우리 시대에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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