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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적 김영란법

입력
2015.02.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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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거의 3년째다. 김영란(사진) 전 대법관이 법안을 제안한 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이다. 논란 핵심은 언론인까지 규율 대상에 싸잡아 넣을지 여부다.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이란 입법 취지와 동떨어진단 지적이 적잖았다. 관료는 물론 전 국민의 독직을 막을 수 있게 아예 도덕법을 만드는 게 어떠냔 비아냥도 나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의 2월 임시국회 통과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거의 3년째다. 김영란(사진) 전 대법관이 법안을 제안한 게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이다. 논란 핵심은 언론인까지 규율 대상에 싸잡아 넣을지 여부다.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이란 입법 취지와 동떨어진단 지적이 적잖았다. 관료는 물론 전 국민의 독직을 막을 수 있게 아예 도덕법을 만드는 게 어떠냔 비아냥도 나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언론인을 싸잡은 건 편법이다. 관료 부패 척결이 입법 취지였다. 나랏돈을 언론은 안 쓴다. 도덕을 모조리 법에 담을 순 없다. 하지만 더러워도 어쩌랴. 자정 실패로 자초한 굴욕이다.

“지난해 5월 김영란법 관련 정무위 심사소위 속기록을 보면 사슴인지 말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국회의원 ‘나으리’들의 대화가 나온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언론 부분을 얘기하시지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논리적인 연장선상에서 보면 KBS, EBS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은 다 포함돼야 하는 게 아닌가.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 그럴 것 같은데요. 길게 논의하지 맙시다. 이상직 새정치연합 의원: 그래요. 강기정 의원: 종편이고 뭐고 전부. 인터넷 신문, 종이 신문도 넣고.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다 넣어야지. 이렇게 간단히 전 언론은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김기식 의원은 “언론사는 공공성(公共性)이 크므로 당연히 김영란법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공공성이란 말을 심각히 오해하고 있다. 똑같이 공공성이라고 써도 언론의 공공성은 국가의 공공성과는 범주 자체가 다르다. (…) 오늘날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공립학교는 당연히 공공의 것이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는 말만 사립학교지 예산의 90%가 국가 돈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공공의 것이다. 대학병원도 그 직원은 사학연금의 큰 혜택을 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공의 것이다. 언론은 전혀 공공의 것이 아니다. 언론의 공공성은 공공의 관심사를 다룬다는 것뿐이지 공공의 것이란 말이 아니다. 언론은 민간에 속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의 것도 아니면서 공공의 관심사를 다루는, 이 모순적인 것이 언론이다. 언론은 부정한 대접을 받고 기사를 쓰면 그것이 형법으로 처벌할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국가는 그런 부정한 대접을 받고 도로를 깔아주고 다리를 놓아줘도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 돈이 들어가는 곳은 김영란법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 김영란법의 언론사 끼워 넣기 같은 것이 지록위마다.”

-김영란 법안의 指鹿爲馬(지록위마)(동아일보 기명 칼럼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2주 전 시시각각 코너에서 ‘김영란법’에 언론인 특혜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썼습니다. 걱정이 되고 자존심도 상하지만 지금 언론의 특수성을 인정받으려 하면 ‘김영란법’은 또 물 건너 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법의 적용 대상을 공직자로 한정하면 몰라도 연관 민간 직종까지 확대할 요량이라면 언론인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도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주에 김영란법과 언론인을 싸잡아 욕 보이는 발언이 튀어나왔습니다. 돌출 발언의 스피커는 다름 아닌 이완구 총리 후보자였습니다. (…)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해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를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①언론인들이 금품향응 규정에 걸릴까 봐 김영란법을 두려워한다. ②언론이 김영란법을 저지하려 한다. ③자신이 입법 저지로 언론에 특혜를 주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언론인 중 과도한 금품향응을 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몇몇 기자가 불편함을 호소했는지는 몰라도 대다수 언론은 김영란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모르겠습니다. 그가 언론의 수호자로 활동했는지…. 소액(少額)매수 가능자-. 언론인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농처럼 쓰는 표현입니다. (…) 이 표현에는 취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식사와 편의 제공에 응해야 하는 현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 일부 정치인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조금만 잘해주면 언론인의 행동과 태도를 금방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소액매수 가능자’의 신화는 여전합니다. 얼마 전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위스키 & 캐시’라는 표현으로 역대 권력이 언론을 대하는 자세를 설명하더군요. 김대중 정부 시절 한 실세가 했다는 말입니다. 실세는 위스키(술자리)와 캐시(용돈)로 언론인을 구슬러 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 20년 전 ‘위스키 & 캐시’가 ‘김치찌개 & 김영란’으로 부활했습니다. 김영란법은 검사같이 힘 있는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출현했습니다. 그 적용 범위를 민간 직종까지 넓히면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검찰이 민간 영역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로 한정하면 몰라도 사립학교 교원이나 병원 의사 등이 들어간다면 언론인도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 그러니 다른 민간 직종과 같은 기준에 따라 처리하십시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2월을 넘길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김영란법, 안 막아줘도 됩니다(2월 13일자 중앙일보 ‘이규연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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