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복잡 미묘한 단어다. 익숙하지만 여전히 은밀하다. 통계 작성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예측할 순 있어도 100% 신뢰할 순 없다.
동성애학과까지 개설되는 해외의 현실에 비해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는 더욱 내밀하다. 당당히 밝히는 동성애자도 있지만, 아직은 그 반대가 많다.
2011년 성과학연구소가 조사한 ‘대한민국 성의식 리포트’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 중 7명이 동성애 경험을 갖고 있었다. 올해 1월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행정자치부 주민등록 통계)는 4,079만2,111명이다. 물론 오차는 발생하겠지만, 전체 인구에 위 조사 결과를 대입해보면 대략 28만명이 동성애를 경험했다고 어림잡을 수 있다. 웬만한 자치구 한 개 인구와 맞먹으니 적다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수치다.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동성애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차츰 개선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그렇다.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의 동성결혼식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이벤트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인고의 삶이다. 2012년 OECD가 시행한 ‘동성애자 관용 수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32개국 중 31위권 점수를 받았다.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일 낮은 점수다.
직접 부대끼며 살고 있는 성소수자 생각 역시 다르지 않다. 2013년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가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sexual의 약자, 성적 소수자를 아우르는 용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3,156명 중 93.4%(2,949명)가 “성소수자로 살기에는 한국 사회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당했다”도 1,312명(41.5%)나 됐다.
지난 1월 미국서는 한 쌍둥이 형제가 아버지에게 자신들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영상이 감동을 불렀다. 성소수자에 개방적이라는 미국에서 조차 동성애자 고백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한숨을 쉬면서도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자”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커밍아웃(동성애자를 밝히는 것)은 더욱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LGBT 커뮤니티 설문 응답자 3,156명 중 52%(1,647명)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에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들 중 10.8%(341명)는 아버지에게, 21.8%(688명)는 어머니에게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자식의 커밍아웃 사실을 알게 된 한국 부모의 마음은 미국의 쌍둥이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다. 커밍아웃 후 아버지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18%가 “관계가 더 좋아졌다”, 47%가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소원해졌다”는 13.9%에 불과했다. 어머니와의 관계 역시 “관계가 더 좋아졌다”(18.1%)가 “소원해졌다”(13.9%)보다 많았다.
동성애자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내 자녀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자녀가 커밍아웃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자녀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래픽=백종호 디자이너 jongho@hk.co.kr
김진솔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4)
이유민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3)
출고 일정 ① 대한민국 동성애학 개론(2/25) ② 연애와 결혼(2/26) ③ 취업과 학교생활(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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