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뉴스 제공하는 인텔리전스
"한개 ID로 직원 수십명 무단 공유
12년간 저작권 침해했다" 주장
가스公 "사실 파악한 후 대응할 것"
거액의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 조짐
한국 기업 상대 소송 늘어나 비상
한국가스공사가 외국의 유료 정보지 사이트의 아이디(ID)를 무단으로 공유하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작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이 늘고 있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미국의 에너지정보 발행업체인 에너지 인텔리전스 그룹(EIG)은 지난 2월 9일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가스공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가스공사가 EIG의 유료 정보지 사이트 ID 한 개를 수십 명의 직원이 공유해 이용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1951년 설립된 EIG는 에너지 분야 관련 뉴스, 데이터,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로 현재 총 23가지의 잡지를 온라인에서 유료로 발행하고 있다.
EIG는 소장에서 “가스공사가 EIG에서 발행하는 ‘World Gas Intelligence’잡지 구독 시 하나의 ID로 여러 부서에서 불법 다운받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ID는 한국 인터넷주소(IP)뿐 아니라 모잠비크, 미국 휴스턴, 두바이에 위치한 해외IP로도 접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스공사 측은 “원고 측 주장 대로 저작권 위반 사실이 있는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IG가 제기한 구체적인 소송 액수와 저작물 침해 건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해외저작권 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한 저작물당 82만~3,300만원의 손해액을 책정하고 있다. 또 EIG가 2003년 이후 10여년 간의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은 만큼 자칫 거액의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해외 발 저작권 소송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영어 교재로 무단 활용해 온 서울 강남의 유명 어학원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 측은 앞서 2012년에는 해당 어학원을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지난해 연말 한 글로벌 모바일게임 업체가 국내 업체의 모바일게임이 자사 제품과 유사하다며 소송을 내 국내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허락 받지 않은 저작물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미국은 저작권 개념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만큼 누적된 판례가 많다”며 “특히 대기업이 소규모 기업 또는 개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에 따라 실 손해액보다 훨씬 높은 손해액을 인정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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