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전지훈련 다녀온 선수들
실책 많던 모습 달라져 홈 팬 열광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보러 이틀 연속 구름 관중이 몰렸다. 스포츠 채널 두 곳에서는 생중계 카메라를 들이댔다. 7~8일 이틀간 대전 구장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한국시리즈 하는 줄 알았다”고 싫지 않은 듯 농을 던졌다.
한화가 ‘야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기력과 마케팅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됐다. 한화는 7일 홈 대전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9-3 완승을 거뒀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투타에서 모두 앞섰다. 8일에는 2-3으로 석패하긴 했다. 초반 흔들린 선발 이태양의 투구가 아쉬웠다. 그래도 정근우와 외국인 타자 모건 없이도 대등한 경기를 했다. 지난해와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양상문 “얼마나 훈련했는지 알겠더라”
지난 시즌 한화의 문제는 실책이었다. 승부처에서 나오는 어이없는 실수는 한화를 ‘꼴찌’ 이미지에 가둬놓았다. 작년 한화의 팀 실책은 101개였다.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개를 넘었다.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은 당시“전지훈련에서 그렇게 훈련하고도 정작 실전에서는 180도 달라지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혀를 찼다. 당시 김성근 감독도 “한화가 프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고 표현했다. 50여일 간의 일본 전지훈련은 그래서 지옥이었다. 일흔이 넘은 노감독이 수백 개, 수천 개의 펑고를 쳤다. 간판스타 김태균과 정근우 등도 예외 없었다.
완연한 봄날, 혹독한 겨울을 보낸 한화는 분명 달라졌다. 적장 양상문 LG 감독이 감탄할 정도였다. 양 감독은 7일 패한 뒤 “상대가 얼마나 훈련했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타구 판단과 송구, 중계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달라진 수비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한화 야수들은 8일에도 3루수 주현상과 대수비로 나온 1루수 추승우가 상대의 안타성 타구를 잇따라 막아내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틀간 한화가 기록한 실책은 1개였다.
지키는 야구 가능성
마운드도 견고해졌다. 강 팀들만 한다는 ‘지키는 야구’도 가능해 보인다. 7일 경기에선 선발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에 이어 5회 2사부터 나온 임경완 최우석 마일영 송창식이 나머지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특히 2년 전 마무리로 맹활약 한 송창식이 부활의 날개짓을 했다. 지난해 뚝 떨어진 직구로 고전했던 악몽을 잊고 2⅔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잃어버린 밸런스를 찾은 느낌이다”며 송창식은 웃었다.
1점 차로 패한 8일에도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3⅓이닝 3피안타(1홈런) 2볼넷 3실점한 선발 이태양이 내려가자 정대훈 유창식 최영환 김기현 김민우 허유강이 5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합작했다. 한화는 지난해 ‘히트 상품’ 안영명 박정진 윤규진 등 ‘안정진’ 트리오가 출격하지 않고도 경기 중후반을 버텼다. 김성근 감독도 경기 후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잘 던져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료 경기에도 2경기 연속 매진
빈 관중석은 없었다. 1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한화는 이번 시범경기의 입장권을 올 정규시즌 주말 요금의 30% 금액만 받고 판매했다. 응원단과 경호팀 등을 시즌과 똑같이 운영한다는 이유에서다. 팬들의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일찌감치 표가 동 났다. 7일 예매표 구매자는 8,104명, 8일에는 8,710명으로 하루 사이 600명 이상 늘었다. 현장표를 사기 위한 팬들의 발걸음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시작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00년 유료 시범경기가 등장한 이후 처음 매진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매진도 역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홈런왕 3연패에 도전하는 넥센 박병호는 목동 kt와 시범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2홈런) 6타점으로 대폭발했다.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IA는 창원 NC전에서 4-0으로 승리, 오키나와 연습경기 9연패를 포함해 시범경기 개막전까지 10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대전=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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