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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ㆍ창조경제… 정권마다 모호한 기치 내걸고 보여주기식 사업 반복

입력
2015.03.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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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는 부처 내 또는 여러 부처 간 유사ㆍ중복사업을 통합하고 조정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이 정권 차원에서 간판으로 내건 주요 경제정책의 일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각 부처가 성과를 내기 위해 보여주기 식 예산증액에 골몰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 방침을 구실 삼아 구조조정에 소홀하면 혈세가 새는 건 시간문제다. 이는 매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를 내걸고 지난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구성하고 2010년엔 구체적인 전략을 담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까지 제정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녹색성장의 정확한 개념과 범위, 실천방안 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면서 비교적 관련성이 낮은 사업들이 녹색이란 이름표를 달고 무리하게 추진됐다. 무려 2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사업들은 많다. 정부예산 57억원이 들어간 ‘로봇 물고기 사업’ 은 탁상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한 대표사례다. 평소엔 강에서 보호어종을 감시하다 수질이 악화되면 오염원을 추적하는 역할을 부여받아 ‘4대강 파수꾼’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7월 감사원의 테스트 결과 유영ㆍ통신속도 등 대부분의 성능이 목표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불량품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일명 ‘에쿠스 자전거’로 불리는 고부가가치 자전거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며 책정된 100억원의 예산은 현재까지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고 지난 2011년 2,650억원에 이르렀던 태양광 R&D 예산은 중복투자 문제가 제기돼 2년 뒤 631억원으로 삭감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창조경제 역시 녹색성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 출범 후 ‘창조’ 또는 ‘창의’라는 단어가 쓰인 조직이 70여개로 증가할 만큼 추진의지가 높았지만 모호한 개념 때문에 실제 공무원들조차 사업추진에 애를 먹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불필요한 예산 배정과 부처간 중복은 가장 큰 문제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예산감시네트워크에 따르면, 우수한 창업인프라를 갖춘 대학에 교육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은 교육부의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과 목적 등 세부내용이 거의 비슷함에도 올해 각각 652억원, 2,466억원씩 편성됐다. 또 정부가 경기 성남시에 정보통신(IT) 및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조성 중인 ‘창조경제밸리’는 총 308억원의 예산 가운데 벤처ㆍ창업기업에 투자할 펀드 출자금 100억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법적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재원인 방송통신발전기금이 관련법에 따라 방송통신 진흥 목적으로 설치된 만큼, 조성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복되는 예산누수 행태가 만성화 됐다고 지적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정권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임기 중 보여주기 식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당연히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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