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자전훈련장비 계약 위해, 하벨산 한국지사장에 뒷돈 주고
일광공영의 대리점 계약 연장… 해외업체 금품로비 시도 드러나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비리로 구속된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이 이 사업 계약 직전, 납품업체 터키 하벨산과 독점계약을 위해 금품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분쟁이 발생한 하벨산 한국지사장 A씨는 이 회장의 고소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16일 A씨의 사기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2007년 11월 A씨는 이 회장에게 “터키 본사 이사 3명이 100만달러를 주면 EWTS 대리점 계약을 연장해 주겠다고 한다. 내게 돈을 주면 전달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A씨에게 17회에 걸쳐 로비자금 명목으로 45만달러를 건넸고, 실제로 일광공영은 하벨산과 대리점 계약 연장에 성공했다. 이어 하벨산은 2008년 2월 EWTS 납품업체로 지정됐고 이듬해 3월 최종 계약이 성사됐다.
2009년 11월 이 회장이 불곰사업 비리로 구속되자 A씨는 다시 ‘뒷돈’을 요구했다. 이 회장 측근에게 “하벨산에서 이 회장의 구속 사실을 알고 대리점 계약을 파기하려 한다”며 “이전에 약속한 금액 중 나머지(55만달러)를 주면 본사 이사들에게 건네 막아보겠다”고 한 것이다. 2010년 1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A씨의 독촉이 심해지자 이번에도 일부 금액인 20만달러를 A씨의 싱가포르 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우호적 관계는 2012년 막을 내렸다. 일광공영이 장비납품 지연, 지체 보상금 문제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자 하벨산이 같은 해 8월 대리점 계약해지를 예고한 것이다. 격분한 이 회장은 “알고 보니 하벨산 본사 이사들이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A씨가 혼자 돈을 챙겼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받은 돈은 그의 한국 내 사업을 위한 대여금 또는 정상적인 자문료”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 회장 주장대로 외국에 지급될 로비 명목 자금으로 보이며, A씨의 편취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의 뒷돈이 하벨산 본사에 전달됐는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금품로비가 방산업계의 굳어진 관행이란 점은 인정했다. 결국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인 이 회장의 EWTS 장비도입 관련 리베이트 600억원도 국내 정관계 뿐 아니라 해외 방산업체에 흘러갔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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