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ㆍ부실 M&A 등 질문에
"檢조사 잘 기다릴 것" 웃음까지
정준양(사진) 전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며 검찰 수사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떳떳하다는 표정이었다.
18일 이른 시각인 오전6시4분 정 전 회장이 거주하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가 들어섰다. 30분 뒤 모습을 드러낸 정 전 회장은 평상복이 아닌 정장차림으로 나타나 차량에 올라탔다. 안경을 쓰고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긴 그의 얼굴은 생각보다 밝아 보였다. 집 앞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가 질문을 쏟아내자 그는 차문을 열어 ‘잠깐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재임 당시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를 묻자 “새벽부터 저 때문에 이렇게 일찍 나오셨냐”고 아침 인사로 대답을 갈음했다. 계속해서 ▦부실 기업으로 알려진 성진지오텍 인수를 왜 한 것인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부탁으로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는지를 묻는 말에 그는 “검찰 조사를 잘 기다려 보려구요”라면서 특유의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이 포스코 의혹의 핵심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나중에 뭐 다 밝혀질 테니까… 수고하세요”라고 짧게 언급한 뒤 차문을 닫았다.
정 전 회장이 겉으로 밝은 표정인 것과 달리, 가족들은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의 한 주민은 “사모님(정 전 회장의 부인)이 마음 고생이 심한지 얼굴이 많이 상했더라”고 전했다.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정확히 1년이 된 이날 이른 아침 정 전 회장이 출근 복장으로 아파트를 빠져나가자 검찰 소환설이 잠시 돌기도 했다. 그러나 아파트의 다른 주민은 “(정 전 회장이) 평일 이 시간이면 변함없이 차량을 이용해 출근을 한다”며 “어딘가에 사무실이 따로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재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단행한 국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실제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 전 회장이 재임 기간 추진한 대형 M&A와 투자규모는 모두 7조원대 이상이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조만간 출국금지가 내려진 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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