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대한전선 등 4개社, 이달에만 1조2000억원 지원 필요
성완종 경남 회장 경영권 포기 불구, 檢 수사 등 악재 겹쳐 지원 불투명
퇴출 비율은 되레 낮아져, 저금리 여파로 더 늘어날 가능성
금융권에 좀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금리 1% 시대 진입에 따라 생존능력이 없는데도 빚으로 겨우 연명하는 기업들이 느는가 하면, 막대한 자금 지원에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들의 문제가 속속 불거지면서 가뜩이나 저금리 압박에 시달리는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부실기업 처리 문제는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기업 비리와의 전쟁’과 맞물려 금융권 실적 악화의 뇌관이 되가는 형국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과 대한전전,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이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이달 내에 결정해야 할 지원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경남기업은 채권단이 수년간 2조2,0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에 전액 자본 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당장 2,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채권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급기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채권단에 읍소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성 회장은 이날 “경영권 및 지분포기 각서, 경영진 일괄 사퇴서를 17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제출했다”라며 “채권단은 회사가 회생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기업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악재가 겹친 탓에, 20일 채권단이 지원을 최종 결정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조선 업체 처리 문제는 지역과 정치적 이해까지 맞물리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SPP조선은 2010년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이후 5년간 6,000억원 가량을 지원받았지만 최근 4,850억원을 더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거부한 가운데,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국책 기관만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성동조선해양도 5년간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채권단이 4,200억원을 추가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역시 SPP조선처럼 국책 기관을 지렛대로 지원을 받으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게 시중은행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만 지역경제 붕괴를 우려한 정치권의 입김이 가세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지난해 말 분식회계 혐의로 채권단에 2,000억원 이상 평가손실을 안긴 대한전선은 현재 대부분의 자본이 잠식돼 관리종목 지정 경고를 받았다.
은행들은 당장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작년 4분기에도 동부건설 대한전선 모뉴엘 등 3대 부실기업 악재가 터지면서 은행권 전체 손실이 1조원에 달했다. 이번에 거론되는 4개 기업이 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지원 규모가 1조2,35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은행들의 고심도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싼 이자비용으로 버티는 좀비기업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큰 부실의 싹이 자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 비중은 2010년 13%에서 2013년 15.6%로 늘었다. 반면 이들의 퇴출 비율은 2003년 17.4%에서 2012년 10.3%로 낮아졌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저금리가 야기하는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 절차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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