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선정한 ‘이달의 스승’ 12명 가운데 8명에 대해 친일 행적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국사편찬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검증을 의뢰한 결과, 최규동 전 서울대 총장 등 8명에게서 크고 작은 친일 행적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선정된 인사 대부분이 친일 시비에 휘말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 조성을 위해 귀감이 될 만한 교육계 인사를 선정한다며 시작된 사업이 이 모양이다. 이달의 스승이 아니라 ‘이달의 친일파’를 뽑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지난달 이달의 스승 1호로 선정된 최 전 총장부터 논란이 됐다. 교육부는 그를 ‘민족의 사표, 조선의 페스탈로치’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경성중등학교장 시절 일제 관변지에‘죽음으로써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는 등 여러 차례 친일 행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미 전국의 초ㆍ중ㆍ고교 1만2,000곳에 최 전 총장에 대한 교육 자료와 포스터 배포를 마쳤다. 정부세종청사에도 홍보 입간판을 세웠다. 친일인사를 멀쩡한 민족운동가로 둔갑시켜 학생들에게 교육시켰다니 제 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교육부는 부실 검증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달의 스승 대상자 부실 선정은 예고된 사태다. 선정위원들의 편향적 구성과 역사 인식, 주먹구구식 선정 과정이 부실 논란을 자초했다. 퇴직 교장 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 등 주로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돼 처음부터 객관적인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 문제가 된 최 전 총장의 경우 애초 후보에도 들지 못했으나 교총 초대 회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선정됐다고 한다. 모든 학생들의 본보기로 삼을 스승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이념을 아우르는 인물들로 위원들을 구성했어야 한다. 선정위원회가 2,000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 받고도 단 세 차례 회의만으로 12명을 선정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객관성과 공정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위원들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르려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드러난 사람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달의 스승으로 선정된 인사 대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독립운동가 가운데 교육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에서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