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뜻대로" 채권단에 외압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 이뤄지게
감사원, 금감원 감사로 확인
자원외교 비리 수사중인 검찰
경남 거액 비자금 흐름 추적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혜 대출 외압 의혹(본보 25일자 1면)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 채권단에 또 다른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금감원을 상대로 진행한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금감원이 지난해 1월 워크아웃 중이던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실사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대주주(성완종 전 의원)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남기업은 2013년 10월 세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해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당시 실사를 맡은 A회계법인과 신한은행은 대주주 지분의 무상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한 채 성 전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이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A회계법인의 담당 이사를 이례적으로 호출해 ‘대주주와 기업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고 이후 A회계법인은 실사보고서에서 ‘무상감자 필요 의견’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또 다른 채권은행 두 곳에도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에 동의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B은행 담당자와 C은행 부행장 등에게 ‘주채권 기관이 아닌 만큼 크게 관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이런 과정을 거쳐 무상감자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출자전환(1,000억원)을 포함해 6,300억원 대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대주주는 50억원의 차익을 얻고 채권단은 100억여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에 대한 다각도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경남기업 계열사 등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파악, 자금 흐름을 좇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와 특수 관계인이 대표 또는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부외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며 “경남기업 자금 담당자들을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미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흔적을 적발했지만 수사 경과에 따라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하청업체 결제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해외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돈세탁을 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2013년도 경남기업과 다수 계열사의 세무조사 자료 및 외환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경남기업의 회계조작 및 거액의 국내외 탈세 관련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특히 성 전 회장의 가족이 운영하거나 대주주로 있는 업체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되고 해외를 거쳐 다시 성 전 회장에게로 돌아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부인이 실 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건축자재 납품업체 코어베이스나 건물 관리업체 체이스넛 등은 성 전 회장의 대표적인 비자금 조성처로 지목돼왔다. 성 전 회장이 다수의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회사를 운영하고 자금을 마련해 왔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은 비자금의 외부 유출 경로 파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금융권의 경남기업 특혜대출과 관련해서는 “(금감원 등에) 경남기업의 금품로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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