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회사 통해 해외진출 탐색 시동
대전 10개 유망 벤처기업 발굴·지원
투자 유치·매출 증가·고용 확대 효과
세종시에 첨단 영농 창조마을 사업
스마트폰으로 생육환경 원격 조절
SK그룹과 대전광역시가 지난해 10월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대기업과 정부, 국회뿐만 아니라 미국과 스위스 대사관, 태국 국립과학기술개발원 관계자 등이 다녀갈 정도로 창조경제의 벤치마킹 모델로 자리잡았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유치, 매출증가, 고용확대 등 3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혁신센터는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벤처기업을 별도로 선발하고, 육성 대상을 지역 전통산업으로까지 확대하며 지원범위를 넓히고 있다.
SK그룹은 대전 지역 10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그룹 안팎의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기술전수, 사업모델 점검, 판로개척, 경영 컨설팅 등 ‘토털 서비스’ 제공에 앞장섰다. 창업부터 육성, 사업화까지 대기업의 경험을 접목시킨 패키지 인큐베이팅이 스며들자 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인지도가 향상됐고 외부투자도 늘어났다.
SK와 대형 전시행사에 동반 참가하고 마케팅망을 공유하면서 법인설립 이후 첫 매출을 올린 벤처기업도 생겨났다. 투자금 유치와 매출증가로 숨통이 트이면서 4개 회사가 신규인력을 채용, 대전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의 직원 수는 12% 이상 증가했다.
SK는 해외시장에 내보낼 만한 벤처기업을 선발하기 위해 ‘글로벌 벤처 스타’ 공모전을 통해 3개 팀을 최종 선발했다. 저가형ㆍ저전력 광 트랜시버 기술을 보유한 옵텔라(Optela), 센싱ㆍ네트워킹 가능한 운반용기관리 응용기술을 가진 페타리(Petari), 사물인터넷 기술을 응용한 심폐소생 교육장비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엠랩 등 하이테크 벤처기업이 선정됐다. 특히 카이스트 박사과정의 권예람 아이엠랩 대표는 30대 여성으로 해외진출 공모전에 선발돼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청년창업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선발된 기업은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 SK이노파트너스의 새너제이 사무실에 입주해 미국 현지 벤처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해외진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미 인텔과 랩나인 등 해외 파트너를 선정한 상태라 벤처기업의 시장성이 인정될 경우 세계 굴지의 회사와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SK의 해외 파트너는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사업성이 우수한 벤처기업에 최대 100만 달러의 ‘시드머니’를 제공할 예정이다.
SK는 또 대전지역의 9개 벤처기업과 예비창업자들을 그룹의 사업부서와 연계시켜 기술지원과 제품개발, 마케팅 활동을 돕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예비창업자 2명의 기술 사업화도 지원한다.
지난 10월부터 대전센터에서 SK의 인큐베이팅을 받고 있는 박지만(49)씨와 최근 글로벌 벤처스타로 선정된 이상수(51)씨는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특허를 활용해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센싱용 반도체 설계 특허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1억원의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이씨는 저전력ㆍ저비용으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광통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씨는 “사업경력이 전혀 없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SK의 기술 코칭과 경영 컨설팅으로 애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장롱특허’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황근주 SK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SK와 대전센터의 지원으로 벤처기업의 불안감이 해소되고 상품개발과 사업화에 집중하면서 투자유치, 기술인재 영입, 매출증가 등 창조경제의 가시적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조성하는 창조마을 시범사업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창조마을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첨단 영농기법이 적용된 농촌 만들기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월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 참석해 “농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성공모델을 만들어 ‘잘 사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며 관심을 보였다.
SK와 세종시가 세종시 연동면 일대에 조성중인 시범마을에는 최근 스마트팜이 속속 문을 열면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에 설치된 응용 소프트웨어(앱)로 생육환경을 원격 조정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감지기로 온도 변화를 감지해 덮개를 열고 닫거나 환풍기와 스프링 쿨러, 열풍기 등을 작동해 농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한다. 24시간 실시간 감시를 할 수 있어 한겨울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조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팜이 설치되기 전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온도를 관리해야 했지만 이런 불편함이 줄어든 것이다.
스마트폰 터치로 작물재배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농촌의 고질적인 일손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세종시 연동면 농민 강전호(50)씨는 “스마트팜 설치로 과거에 생각치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며 “스마트폰으로 토마토 농장을 관리하며 일손이 줄었고, 남는 일손으로 인근 다른 비닐하우스에서 새로운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격관리와 노동력 절감으로 생겨난 여유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져 연동면 주민들 중에 농사 걱정을 잊고 국내외로 겨울여행을 다녀오는 농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행지에서 원격으로 농장 상황을 확인하면서 필요한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절도예방과 농촌지역의 ‘보안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마을회관이나 고가의 농기구가 보관돼 있는 창고, 축사 중심으로 지능형 영상보안장비 설치에도 앞장서고 있다.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타운 조성 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SK는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일부는 지역 주민 생활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에너지타운을 운영할 계획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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