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가득한 들판에서 한가로이 나물 캐는 아낙들 뒤로 살벌한 구호들이 어지러이 내걸렸다. ‘신경기변전소 결사반대’ ‘피눈물 머금고 온몸으로 막아내자’ 경기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 마을 곳곳에 주민들의 절박함과 결기가 가득하다. 한국전력이 울진원전에서 전력을 끌어와 건설하려는 초고압 신경기변전소가 이곳에 들어서려 하자 여주시와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 훼손과 재산 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은 변전소 후보지 출입구를 차단하고 공동대책위도 구성했다. 남한강이 그림처럼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마을에서 주민 윤 씨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지요.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이 좋은 곳에 왜 변전소를 건설 하나요, 우리는 국민 아닙니까?” 묻는다. 국가 정책과 주민 의견이 충돌하면서 전북리의 봄은 더욱 멀어졌다.
선임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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