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2억~3억원 들여 모시기… 최근 다녀간 러셀 크로 영화 참패
'아이언맨3' 다우니 주니어 900만 불러모아 최고 방한 효과
단골 잠자리 여의도 '콘래드 서울' 하룻밤 숙박비만 1000만원
할리우드 스타 키아누 리브스가 지난 1월 7일 방한했다. 인천공항에 약 60개 언론사가 ‘영접’했다. 이날 서울 반포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기자 300여명이 몰렸다. 리브스는 삼성동 한 극장에서 레드카펫 행사를 하며 국내 팬들과도 만났다. 리브스는 국내 개봉을 앞둔 자신의 출연작 ‘존 윅’의 홍보를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흥행에서 재미를 못 봤다. 11만6,15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존 윅’을 찾았다. 할리우드 스타가 방한까지 한 뒤 나온 결과치고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존 윅’의 극장매출액은 9억2,629만2,137원이다. 극장 몫을 떼면 수입사에 돌아갈 돈은 대략 4억5,000만이다. 영화 수입가격과 리브스 방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남는 돈은 없으리라는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 할리우드 스타 방한에 드는 경비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다르나 2억~3억원은 족히 든다.
올해도 할리우드 스타 방한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한 스타라도 흥행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스타 방한의 경제학을 살펴보자.
영화 인지도 높이려 방한하나 흥행 참패
올해 방한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 기대가 되는 이들은 이달 23일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출연진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크리스 에번스, 마크 러팔로가 조스 웨던 감독과 함께 16일 한국을 찾는다. 영화계에서는 1,000만 관객을 예정한 ‘어벤져스2’가 이들 방한을 에너지로 삼아 더욱 흥행몰이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러셀 크로가 제작과 감독, 주연까지 맡은 ‘워터 디바이너’는 리브스의 ‘존 윅’과 마찬가지로 방한 효과를 못 본 영화다. 크로는 지난 1월 17일 입국해 이틀 뒤인 19일 서울 자양동 한 극장에서 2,000여 팬의 환대를 받았다. 크로의 첫 방한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영화는 13만6,134명이 관람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외화 ‘트레이서’의 수입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트레이서’는 2만5,235명만이 관람했다. 수입사는 주연배우 테일러 로트너의 방한을 추진했다가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트레이서’의 극장매출액은 1억9,071만8,000원이었다. 로트너가 방한했다면 회사 재정에 부담만 한껏 더할 뻔했던 것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수입사들이 할리우드 스타 방한에 목을 매는 것은 외화를 알릴 기회가 국내 영화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야 주연배우들을 방송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시켜 영화를 알릴 수 있지만 외화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존 윅’처럼 영화만 알리고 흥행에서 참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화려한 스타가 방한해도 볼만한 영화의 흥행을 더 키우는 것이지, 재미없는 영화를 흥행에 성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영화홍보마케팅회사 올댓시네만의 김태주 실장은 “이슈를 만드는 데에는 방한 효과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배우의 인지도에 앞서) 영화가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어야 방한 자체가 큰 화제가 된다”고 말했다. 흥행이 될 영화에 화제거리를 얹어줘 더 흥행하게 해줄 뿐 애초 흥행 가능성이 작은 영화엔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방한스타 선호 호텔은 신라에서 콘래드로
영화계에선 방한 효과가 가장 컸던 영화로 ‘아이언맨3’를 꼽는다. ‘아이언맨’(2008) 개봉 당시 주연배우 다우니 주니어가 방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430만365명이 ‘아이언맨’을 관람하며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2013년 ‘아이언맨3’로 다우니 주니어가 다시 방한했을 때 관객들의 호응이 컸다. 영화는 방한효과를 등에 업고 900만1,309명을 극장으로 불렀다.
할리우드 스타가 방한할 때 호텔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유명 배우의 숙박이 지닌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은 2012년 할리우드 스타를 유치하기 위해 행사장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걸기도 했다. 2, 3년 전까지는 신라호텔이 선두에 서고 하얏트호텔,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이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2012년 여의도에 콘래드 서울이 개관하면서 권력이동이 일어났다. 2013년 1월 톰 크루즈가 머문 뒤 방한 스타들의 단골 숙박지가 됐다. 영화홍보마케팅회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한할 때 최근 유명 배우가 숙박한 곳을 지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로 머무는 방 유형은 대통령이 잘만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레지덴셜 스위트다. 신라호텔과 하얏트의 경우 하룻밤 숙박비가 600만~800만원 정도다. 콘래드 서울은 1,000만원 가량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