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모 선배가 어쩔 줄 모르고 있더라고요.”
송은범(31ㆍ한화)이 1일 대전 두산전에 앞서 털어놓은 개막 2연전 한화 더그아웃 풍경이다. 한화는 3월28~29일 목동에서 넥센을 만나 1승1패를 거뒀다. 첫 날 연장 12회말 접전 끝에 4-5로 패했고, 이튿날엔 8회 결승점을 뽑아 5-3으로 이기는 등 피 말리는 승부를 치렀다.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니 선수들은 벤치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베테랑 박정진마저 29일 경기 3-3이던 6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소변이 나올 뻔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유한준(넥센)에게 볼만 연거푸 3개 던진 그는 “후배들이 ‘오늘 또 졌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도 스트라이크가 안 들어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한가운데 집어 넣자’는 마음뿐이었다”며 “다행히 유한준을 범타로 처리하고 팀도 이겨 기뻤다”고 회상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송은범의 증언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송은범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모 선배가 떨고 있더라. 내가 옆에서 보고 그냥 편하게 즐기면 된다고 말해줬다”며 “이게 바로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다. 조만간 다들 적응할 것”이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송은범은 SK 시절인 2007~2011년 5년 동안 김성근 감독 밑에서 뛰었다. 2009년 12승3패 평균자책점 3.13, 2010년 44경기 8승5패8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30을 찍는 등 이 기간 정상급 오른손 투수로 발돋움했다. 당시 송은범은 특별한 보직 없이 선발ㆍ중간ㆍ마무리 전천후로 활약했다. 이른바 승리를 위해 가동하는 핵심 투수였다.
송은범은 “사실 10-0으로 이기거나 0-10으로 지면 재미없지 않느냐. SK 시절에도 접전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불펜 투수들이 막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만, 위기를 헤쳐나가고 이기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6월쯤이면 팀도 확실히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질 때도 상대 팀 마무리 투수를 마운드에 끌어올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다음날 경기를 위해 데미지(손상)를 입혀야 한다”며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투수가 자주 교체되고 접전이 많은) 감독님 야구를 그냥 즐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은범은 아울러 “FA(프리에이전트) 첫 시즌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팀만 무조건 이기면 된다. 사실 올해 불펜에서 뛸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난 일요일(3월29일)에 갑자기 선발로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며 “그 동안 바깥쪽 일변도의 투구만 해 올해는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공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사진=한화 더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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