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북한 핵협상 전망 비관
이란 핵협상이 2일 잠정 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북한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두 협상의 공통분모로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 핵협상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두 사안을 동일선상에 놓아선 안 된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이란 핵협상 타결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는 데 우려를 표하며 이란과 북한 핵협상이 질적으로 다른 5가지 이유를 꼽았다.
우선 북한과 이란은 핵 보유 지위가 다르다.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ㆍ보유를 하루라도 빨리 막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북한은 이미 크고 작은 핵무기 10여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은 핵협상을 통해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려는 데 주력했으나 북한은 체제 안정을 위한 안보 문제까지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특히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려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주한미군 철수 등 현안까지 거론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 모두를 추산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북한은 1994년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며 국제사회와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을 때에도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었다. 2010년 방북한 미국 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공개한 곳 외에 숨겨진 우라늄 농축 시설이 다수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이란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에 편입돼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해 신뢰를 크게 잃은 상태다.
네 번째로 이란과 다르게 북한은 핵협상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미국은 최근 수개월간 북한에 기초적 단계의 핵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지난 1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며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며 비핵화는 더 이상 협상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핵협상 우선순위가 북한이 아닌 이란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 핵협상 진전은 더딜 공산이 크다. 북한은 지난 2012년 ‘2·29 합의’를 이뤘지만 북한이 그해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수차례 약속을 어긴 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미국 정부의 관심이 현저히 준 데다 이란과의 이번 잠정타결안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 더욱 관심을 둘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 대행은 지난 3일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의 선택과 북한이 자신들에게 부가된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며 “만약 북한이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6자회담과 같은 회담 테이블로 돌아온데도 그 목표는 (이전과) 명백히 똑같다. 한반도를 비핵화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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