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영정사진 앞에 다시 먹먹
사고 상황 시간대별 사진 전시도
하루 200여명 찾아와 넋 위로
남긴 쪽지엔 눈물 자국 선명
50만4,483명.
지난해 4월 29일부터 이달 6일(오후 5시 기준)까지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 위치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수다. 국민 100명 중 1명꼴로 다녀간 셈이다.
이날 다시 찾은 합동분향소는 평일 오후여서인지 추모객이 한 시간에 2,3명 들를 뿐 뜸했다. 많을 때 하루에 2만명에 달했던 추모객은 현재 일일 평균 200명 정도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265개의 영정사진은 아직 영결식을 못한 탓인지 1년 가까이 그 자리 그대로다. 바뀐 것이라고는 시간이 지나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서려 지난달 30일 사진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한 정도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세상을 떠난 양대홍 사무장을 시작으로 198일만에 뭍으로 나온 마지막 295번째 희생자 단원고 황지현양까지 희생자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추모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보고 싶은데….” “생일인데 네가 없구나.”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쪽지 곳곳엔 눈물로 번진 자국이 선명했다. 고인의 빈 자리로 힘들어 하고 있는 지인들의 마음이 전해졌다. 생일 축하 꽃다발과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가져다 놓은 초콜릿, 평소 아이들이 좋아했을 과자와 음료들이 영정사진과 위패가 모셔진 제단에 가득했다. 분향소 관리를 담당하는 안산시 관계자는 “휴대폰으로 보내는 추모메시지도 줄긴 했어도 하루 200건씩 꾸준히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향소 한 편에선 사진전이 한창이었다. 단원고 학생들이 부모에게 보낸 휴대폰 사진을 바탕으로 배에 탈 때부터 물이 차기 직전까지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4월 15일 325명의 학생과 14명의 교사가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16일 학생 75명과 교사 3명만이 수학여행에서 돌아왔다”는 담담한 설명이 오히려 긴박했던 사고 당시의 오싹함을 더했다. 유가족이 왜 삭발을 불사하며 1년 가까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 대변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누가 이 부실한 배의 운항을 허용했나. 배는 왜 침몰했나. 왜 가만히 있으라고 했나. 누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나.”
유가족들은 돌아가며 빈소 아닌 빈소를 지키고 있다. 유가족 대기실에서 만난 단원고 희생자 고 김소정양의 어머니 김정희씨는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등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영결식도 못한 상태다”며 눈물을 훔쳤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마음도 유가족과 다르지 않았다. 정홍영(43)씨는 “자식 둔 부모로 특히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것에 마음이 안 좋다”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모(65)씨는 “지난해 조문을 하고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끔 온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분향소는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 유가족 뜻에 따라 영결식이 성사되면 논의가 본격화하겠지만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 날을 기약하긴 어렵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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