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아들의 고귀한 뜻 살아나길"
오드리 헵번 아들의 제안으로
팽목항 인근엔 '기억의 숲' 조성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는 제자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단원고 남윤철 교사의 이름을 딴 강의실 명명식이 진행됐다. 남 교사는 국민대 영어영문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남윤철 강의실로 지정된 북악관 708호실 벽면에는 ‘불의의 선박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로서의 사명과 제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故 남윤철 선생님(2005년/영어영문학과 졸업)의 고귀한 뜻을 여기에 새겨 기리고자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판이 붙었다. 북악관 708호는 문과대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곳이자, 남 교사가 마지막 전공강의 수업을 들었던 곳이다.
명명식에 참석한 남 교사의 부친인 남수현 충청대 교수는 “앞으로 윤철이가 보고 싶어질 때마다 강의실을 찾아 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새기겠다”고 말했고, 어머니 송경옥씨는 “아들의 고귀한 뜻이 이 곳에서 살아나길 원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남윤철 장학금’을 받는 재학생 10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국민대는 올 2월 교직을 이수 중인 재학생 가운데 생계가 어렵지만 적극적인 삶을 살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남윤철 장학금을 신설한 바 있다.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세월호 기억의 숲’이 조성될 예정이다. 나무가 필요한 곳에 숲을 조성하는 기업으로, 미국에서 사회혁신기업으로 인증 받은 트리플래닛은 이날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진도 백동 무궁화 동산에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기억의 숲 프로젝트는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인 션 헵번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오드리 헵번의 가족과 4ㆍ16 가족협의회, 트리플래닛이 함께 협의해 진행하고 있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션이 어머니의 뜻을 이어 받아 희생 당한 아이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주고 싶다며 이메일로 제안한 사업”이라며 “미국 워싱턴과 뉴욕의 9ㆍ11 테러 추모공원을 방문하는 등 10개월 간의 고민과 준비 끝에 숲 조성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트리플래닛과 션 헵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딸 엠마 헵번은 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숲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모금 조성을 위한 국민의 참여를 호소할 계획이다. 10일에는 진도에서 착공식을 갖는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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