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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벽' 부닥친 자원비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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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벽' 부닥친 자원비리 수사

입력
2015.04.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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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새벽에 유서 남기고 잠적

10시간 만에 북한산서 주검으로

검찰 "불행한 일…안타깝다"

경남기업 관련 수사 중단키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숨진채 발견된 9일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숨진채 발견된 9일 서울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해 내려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외자원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서울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2분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에서 300여m 떨어진 지점에서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숨져 있는 성 전 회장을 경찰 수색견이 발견했다. 현장에서 꺼지지 않은 그의 휴대폰 2대도 수거됐다. ★관련기사 3면

성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11분 유서를 남긴 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을 나선 뒤 종적을 감췄다. 오전 8시6분 성 전 회장의 유서를 발견한 가족이 112에 가출신고를 했고, 6분 뒤 청담파출소를 찾아 실종ㆍ구조 신고를 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그는 자택 인근 호텔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오전 8시40분부터 성 전 회장의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종로구 평창동 부근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이 일대에 경찰 인력 500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시작했다. 이후 오전 11시 성 전 회장의 휴대폰 신호가 북한산 정토사 부근에서 잡히자 경찰은 14개 중대 1,500여명과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여, 신고 7시간 27분만에 시신을 발견했다.

성 전 회장은 1쪽 분량의 유서에 “결백함을 밝히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며 “장례는 간소하게 치르고 어머니 묘소 근처에 묻어달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검찰수사에 억울하다”는 내용이 있으나 특정 인물, 특정기관을 적시한 ‘로비 리스트’는 없다고 유족 측은 밝혔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부검은 하지 않기로 유족과 합의했다.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가족에게까지 확대되자 친박계 인사 등 정치권에 결백을 호소했으며, 사전에 죽음을 예고하는 행동을 보여왔다. 특히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눈물의 기자회견’ 내용이 언론에 부각되지 않자 크게 낙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전날 밤 11시30분쯤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보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언론) 통제 때문이 아니냐”며 현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故성완종 전 회장.
故성완종 전 회장.

성 전 회장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수사를 받던 중에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또 “고인이 된 성 전 회장 관련 수사를 더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경남기업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능해져, 그의 정치권 로비 의혹도 규명이 힘들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감정이 북받쳤던 부분은 있었지만 본인 입장을 정확히 밝혔는데 오늘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성 전 회장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신문을 받고 구속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성 전 회장을 자원외교비리 수사의 첫 타깃으로 삼았다. 경남기업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과,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에 참여했다. 성 전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신용등급을 받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460억원 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부인이 실소유주로 있는 계열사 등을 동원해 25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지난 1일 부인 동모씨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3일에는 성전 회장 본인을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검찰조사 및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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