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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성매매 처벌 안 돼" vs "사회 해악 커 금지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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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성매매 처벌 안 돼" vs "사회 해악 커 금지 공감대"

입력
2015.04.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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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여성 지원 시늉에 불과 특구 지정해 제한적 합법화해야"

"보호조치 미흡은 위헌 아니다, 일부만 따로 허용할 수 없어"

헌재서 4시간여 동안 격론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회원들이 9일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 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성매매 여성과 업주의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회원들이 9일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 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성매매특별법에 따라) 생계형 성매매 여성까지 국가지원도 없이 무리하게 형사처벌 해선 안 된다.”(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

“그들에 대한 보호조치 미흡은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이 아니라 입법과 정책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다.”(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헌제청심판 공개변론에서는 생계를 위해 자발적인 성을 판 여성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법이 성적 자기결정권과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인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2시간으로 예정됐던 공개변론은 4시간 가량 이어졌다.

2004년 7월 시행돼 11년째 이어지는 특별법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처한다’(21조 1항)고 규정, 성매매 여성과 매수남을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서장은 “특별법이 시행되자 정부가 ‘집창촌을 초토화시키라’고 했지만 생계형 성매매 여성을 위한 지원은 시늉에 불과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나 지원은 턱없이 미흡해 탈성매매를 유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성매매 여성 김모(44)씨의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김 전 서장은 2010년 성매매 특구를 지정한 대만처럼 제한적 합법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매매 행위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점은 인정하지만 특구 지정을 통해 통제하는 선에서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정률의 정관영 변호사도 “이 여성들은 성매매 말고는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장 원하는 것은 제한된 구역의 성매매를 처벌하지 않고 그 외의 지역은 처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특정지역에서 이뤄지는 생계형 성매매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성매매 알선자나 포주들은 처벌해달라는 의미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세계적 추세는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고있다”며 “성매수자만 처벌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사회적 해악이 크고 금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며 “일부만 따로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법무부 측은 이어 “최소한 우리 헌법체제 안에서는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것이 용인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매매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데 대한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측 참고인으로 나온 오 교수는 “특별법으로 업주(포주)의 억압 등으로 비자발적인 성매매를 한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게 됐고, 보호법도 동시에 제정됐다”며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고 위헌이라고 선언하면 사회적 혼란을 감당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그러면서 “사회적 해악이 큰 성매매 행위에 대한 처벌에만 방점이 찍혀 피해여성들에 대한 보호조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면서 “특별법과 보호법의 연결고리 없이 11년째 이어진 게 이번 위헌신청 사건이 된 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서장의 특구 허용에 대해선 “특정지역에만 성매매를 허용하면 님비(NIMBYㆍ기피시설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관들도 궁금증을 쏟아냈다. 김창종 재판관은 “특정지역에서만 허용하면 오히려 낙인효과가 커지는 것 아니냐”고, 이정미 재판관은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특별법은 2000년과 2002년 군산에서 연이어 발생한 집창촌 화재가 계기가 돼 만들어졌다. 당시 숨진 성매매 여성들의 일기장을 통해 쇠창살이 있는 방에서 매를 맞으며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드러나며 이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집창촌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지자 성매매 여성들은 오히려 생존권 위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김씨의 신청으로 결국 위헌법률심판대에까지 오르게 됐다.

김씨 등 성매매 여성 10여명은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그때나 지금이나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성노동은 우리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들어가는 것이며 성매매 특별법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것임에도, 오히려 우리 밥줄을 끊고 있다”고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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