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19주기 지난달 추모식
예년과 달리 산소에서 가져
측근 "이상한 느낌 들었다"
9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달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억울함을 주변에 적극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이 돌아서기는커녕 검찰의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신과 회사 실소유주인 부인에 대한 검찰 소환이 본격화한 지난달 말부터 정치권의 현 정권 실세들을 찾아 다니며 결백을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 자원개발 비리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성 전 회장 본인의 개인 비리 수사로 방향을 트는 조짐에 강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얼마 전 나를 찾아와 본인 입장에서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자원개발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안 돼 (검찰이) 자신의 횡령이나 배임 쪽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8일 가졌던 긴급 기자회견 이전에도 성 전 회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싶어했지만 주변에서 적극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성 전 회장이 회견을 강행한 것은 생전에 관계가 각별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님의 추모식이 고향에서 있었다. 어머님 영전 앞에서 엎드려 굳게 다짐했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진실을 꼭 밝혀드려 반드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검찰 수사 와중에도 어머니의 19주기를 맞아 조촐한 추모식을 가졌다. 그는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추도사를 통해 “지금 저와 저희 회사는 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철부지 어린 시절에도 고난을 이겨냈듯, 지금 어려움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늘 충남 서산의 한 교회에서 지내왔지만 올해는 어머니 산소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추모식에 동행했던 측근 A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성 전 회장의 비서에게 “어르신을 잘 모시라”고 당부까지 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결백을 호소했음에도 우호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자 목숨을 끊을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북한산 형제봉은 평소 그가 자주 이용한 등산 코스로 전해져 계획된 자살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실종된 후 비서진과 가족들은 형제봉 등산로를 가장 먼저 둘러봤지만 당시에는 미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의 유족들은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사망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참담한 심경”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서 대부분은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당부 및 그가 생전 애착을 보였던 장학재단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관계자는 “성 전 회장님이 39세에 만들어 2만5,000명의 학생에게 도움을 준 서산장학재단 사업을 계속 이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며 “특정 인물이나 기관, 정치인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10일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으로 옮겨 빈소를 차릴 예정이다. 장례는 서산장학재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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