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충남 서산시 석림동 서산의료원 장례식장의 빈소에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이 이어졌다.
10일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지역주민들과 생전 고인과 인연을 맺어온 고향 선후배와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인맥의 귀재’로 통했던 고인이 생전에 맺은 두터운 인연에 비해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은 많지 않았다. 조화도 장례식장을 빼곡하게 둘러쌀 만큼 많았지만 정치인이 보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날 빈소를 찾은 정관계 인사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 홍문표 김제식 의원(새누리당),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이완섭 서산시장, 한상기 태안군수, 박찬우 전 안전행정부 차관 등이다. 오후 7시 50분쯤 빈소에 도착한 유 대표는 “유족에게 안타까운 일이라 위로해 드렸고, 잘 모시라 말씀 드렸다”며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등장에 대해선 “아직 사실 여부가 전혀 파악 안됐다.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유 대표와 함께 김제식 의원이 빈소에 들어서자 성 전 회장의 측근이 김 의원을 향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오느냐”며 그를 막아서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문객 박모(54)씨는 “금품 리스트가 발견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정치인들도 혹시 입방아에 오를까 두려워 조문을 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시신은 ‘어머니 곁에 묻어 달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임시 빈소인 서울 삼성의료원을 떠나 이날 오전 9시 5분께 서산의료원에 도착했다. 의료원 안치실 입구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성 전 회장의 지지자들은 운구차의 뒷문이 열리자 오열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검찰의 억울한 표적수사 때문에 생전에 지역 인재교육에 정성을 다한 회장님이 세상을 등졌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서산장학재단 측은 서산의료원 빈소 앞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었으나 유족 측의 만류로 발표를 취소했다.
유족들은 5일장을 지낸 뒤 13일 오전 발인을 하고, 서산시 음암면 도당리 성 전 회장의 부모 합장묘 옆에 그의 묘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당3리 일부 주민들이 그의 매장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성 전 회장의 부모 묘가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하고 인가와 20m 거리로 가까운데다 도로와 인접해 또 다시 묘가 생길 경우 동네 한 복판이 묘지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을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인근 해미면 출신으로 이곳이 고향이 아닌데다 평소 접촉도 많지 않았다”라며 “일부 주민은 매장을 강행할 경우 장례당일 트랙터로 길을 막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산=이준호기자junhol@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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