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의 눈으로 보면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삶은 이명박 정부 이전과 이후로 대별된다. 재정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1989년 초판 발간 이후 30만권 넘게 팔린 미시경제학과 재정학 경제학원론 등 ‘바이블급’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로서 강의와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개인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을 매섭게 비판하는 논평가로 변신했다. 상아탑의 고매한 학자가 돌연 전투적 지식인으로 출정한 것이다.
밖으로 비쳐지는 극적인 행보와 무관하게, 그는 천생 교수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아왔다. 30년 넘게 봉직한 서울대에서조차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 외엔 보직교수를 맡아본 적이 없을 만큼 강의와 연구라는 본분에 충실해왔다. 그가 인터넷에 게시하는 글 하나하나에 여론이 들썩인 지가 벌써 여러 해이지만, 그는 “꼭 써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쓰는 거지, 이슈를 만들어서 쓰는 건 정말 싫다”는 반응이다. 학생들과의 대화, 동료 교수들과 치는 테니스, 강의동 앞 텃밭에서 꽃 가꾸기, 사진찍기가 단조로운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재정학 전공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 뉴욕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84년 모교 교수로 부임했고 2015년 2월 정년 퇴임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명예교수로 일주일에 이틀 ‘경제학원론’ 강의를 맡아 출강하고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연구 및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의 당위성과 미국 신자유주의 비판을 각각 주제로 한 저작을 1, 2년 안에 펴내고, 경제학 교과서 개정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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