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화학의 기원은 고대 연금술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소개하려는 이 기업이야말로‘연금술의 왕자’라고 칭할 만하다. 듀폰은 전 세계 화학업종의 선구자이며, 다국적기업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다. 듀폰이란 단어를 들으면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발명과 특허’이다. 만일 듀폰이 없었다면, 병사들은 방탄조끼 없이 맨몸으로 전쟁터를 뛰어다녀야 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옷감을 만드는 대표적인 소재인 나일론도 없었을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듀폰으로부터 유래한 화학제품들이 의외로 많다. 1987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찰스 페더슨도 듀폰 연구소 출신이다.
듀폰을 단지 전통 소재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사업의 영역을 전통화학에서 농업 부분으로 급격히 확산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종자개량을 주력으로 하는 농업 부분은 동사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종자개량 부분은 또 하나의 다국적 기업인 몬샌토가 그야말로 ‘꽉 잡고’있었던 영역이다. 당연히 경쟁은 치열하지만, 종자 시장에서 듀폰은 몬샌토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 가고 있다.
첨단소재 부분은 듀폰이 매우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업마진 또한 상당히 높은 중요한 사업분야이다. 방탄소재인 케브랄이나 섬유소재인 라이크라, 프라이팬에 쓰이는 테플론, 건설소재인 타이벡 등은 모두 듀폰 첨단소재 부분의 대표적인 발명품들이다. 특히, 듀폰은 사용 가능한 특허권들을 동원하여 이들 첨단소재 시장의 지배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일반 화학 부분에서도 듀폰은 특유의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있다. 이산화타이타늄으로 알려진 TiO2는 일종의 안료로서 페인트, 잉크, 토너 등에 널리 사용된다. 듀폰은 TiO2 부분에서 연간 110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듀폰이 제조하는 각종 소재 및 화학제품은 농업, 방위산업, 건설, 운수장비 등 여러 부분에서 사용된다. 광범위한 포트폴리오와 핵심산업에서의 강한 경쟁력 외에도 듀폰이 가진 장점은 폭넓은 글로벌 영업기반이다. 듀폰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2015년 듀폰의 매출은 350억달러, 영업이익은 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듀폰은 기업의 덩치가 크다 보니, 사실 당장 큰 성장이 나올 수 있는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특허권으로 보호받고 있는 기업을 단순히 ‘성장’이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할 순 없다. 인류가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한 듀폰은 우리의 삶 일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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