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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해…" 팽목항에 몰려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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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해…" 팽목항에 몰려든 시민들

입력
2015.04.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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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000여명 찾아 평소 2배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임시 분향소

세월호 참사 1주기를 5일 앞둔 1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세월 팽목 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5일 앞둔 1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세월 팽목 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진도대교를 건너 읍내를 지나 팽목항에 이르는 길가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다. 이 꽃길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의 눈은 꽃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 길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버린 꽃다운 아이들과 가족들 300여명이 잠겨 있는 사고 해역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11일 부모와 형을 모두 잃은 조모(8)군과 함께 6개월여만에 팽목항을 다시 찾은 외삼촌 지성진(47)씨는 “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온 국민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냈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주말 내내 희생자 가족과 시민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11일 오후에는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가족 70여명이 참사 당시 사고 해역에서 수습된 시신들이 오르내렸던 팽목항 임시 선착장에서 제사를 지냈다. 이들을 나눠 태운 4척의 해경 경비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해 가라앉은 세월호의 위치를 나타내는 부표 주변을 선회하자 가족들은 선실 밖으로 나와 국화를 던져 떠나간 이들을 기렸다. 잃어버린 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미안해. 못해줘서 미안해” “왜 여기서 죽었냐”고 오열하는 가족들의 아우성이 파도에 부딪혀 스러졌다. 사고 해역으로 가는 내내 바다를 주시하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유가족 김모(58)씨는 배가 다시 팽목항으로 출발하자 “잘 있어”라고 인사한 후 선실로 들어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김씨의 남편 정원재씨는 환갑을 맞아 초등학교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5일여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5일여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도 사고해역을 찾았다. 이석태 위원장은 당시 수습된 시신을 안치했던 장소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고 “특조위가 현재 출범을 못하고 있어 유가족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특조위에 주어진 임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12일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동생 권재근씨와 조카 혁규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권오복씨는 “범정부 사고 대책본부장으로서 결자해지해 달라”고 요구했고, 단원고 허다윤양의 엄마 박은미(45)씨는 “하루라도 빨리 (인양)해 주세요, 빨리”라며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11일에만 2,000여명의 시민이 찾는 등 평소보다 2배가량 참배객이 늘었다. 경기 부천에서 온 정희선(57)씨는 “남의 일 같지 않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며 “정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간이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11일에만 2,000여명의 추모객이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12일에도 서울 각지에서는 플래시몹, 캠페인, 인양을 촉구하는 서명전 등 추모 행사가 잇달아 개최됐다.

진도=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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