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가동
"2012년 홍문종 조직본부장에 2억"
성 前 회장 육성 증언 추가 공개
박 대통령 "檢, 성역 없이 대처를"
대검찰청이 12일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공식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18대 대선기간에 불법 선거자금 2억원을 홍문종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캠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육성증언도 공개됐다. 검찰이 박근혜정부의 대선자금을 수사할 수밖에 없어, 현 정권의 도덕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는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관련기사 2,3,4면
대검은 휴일인 이날 오후2시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연 뒤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구성, 성 전 회장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수사팀 구성과 관련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지시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201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필요하면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팀장을 맡아 10명 안팎의 검사들로 구성돼 13일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 대검은 이번 특별수사팀의 수사와 관련해선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토록 해, 사실상 과거 중앙수사부의 역할을 하도록 조치했다. 문 지검장이 전남 여수 출신이고, 검사장들 가운데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것이 이번 수사 책임을 맡게 된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 동안 경남기업 수사를 지휘해온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장과 3차장, 특수1부장은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대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는 부담도 줄여주고, 다른 자원외교 수사 전념을 위해 지휘라인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남긴 육성 증언도 추가 공개됐다. 전날 경향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 음성파일에서 그는 “(2012년) 대선 때도 홍문종 같은 경우가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제가 현금으로 2억 정도 줘서, 조직을 관리하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2억원을) 자기가 썼겠나. 대선 때 썼지”라고 덧붙였다. 자필 메모에 남긴 ‘홍준표 1억’과 관련해선 “홍준표 현 경남지사 있지 않나.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인) 2011년 6월쯤 1억을 (홍준표) 캠프에 있는 ○○○(무음 처리)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돈 전달자로 지목된 언론인 출신의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 작성한 메모지에 8명의 거물 정치인들을 거론한 뒤,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6명에게 전달한 액수를 적시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작성한 메모로 인해 온 정치권이 의혹의 대상이 되고 국정 자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국민적 의혹을 씻어 하루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특별검사 도입 주장에 대해선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순서”라고 일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파문을 ‘친박게이트’로 규정하고 대책위를 구성했으며, “대선자금 실체부터 규명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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