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최근 전화 와 만난 적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에는 여야 유력 정치인사의 조문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을 향한 애도의 뜻을 밝히면서도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아는 바 없다”거나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11일 빈소를 찾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얼마 전까지 같은 당 동료 의원이었던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에 여권 핵심 인사들이 거명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의혹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고 사실이 빨리 확인되길 바란다”고 짧게 대답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현재는 상중이니 (메모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례가 끝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충청 출신인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검찰의 수사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위원은 “(검찰이) 자원외교와 관련해 기초조사를 한 뒤 단서가 나와 수사를 시작했다면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경남기업을 타깃으로 놓고 언론에 비리 혐의를 발표한 부분이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경남기업이 개발비용을 횡령했다고 하는데,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보도를 보면 1원도 횡령한 게 없는 것 같다. (검찰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야권 인사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메모지와 관련해) 마음 속에 여러 가지 할 말이 있지만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는 자리에서 다른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했다.
12일 빈소를 찾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성 전 회장이 최근 전화를 해 만났고, 도움을 요청해온 것도 사실이지만 고인과 나눈 이야기를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입을 닫았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선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위 여부를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한 인간이 자기 생명을 걸고 이야기했다”며 '성완종 리스트'에 신빙성을 부여한 뒤 “돌아가신 분을 두 번 죽여서는 안 된다”고 관련 정치인들을 힐난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그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오히려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야당을 겨냥, “아직 장례 절차도 끝나지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참 각박해졌다고 생각한다. 논의를 할 시간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이 성 전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당초 빈소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건강 문제로 조문계획을 취소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서산=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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