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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똥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 못해"…정치권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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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똥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 못해"…정치권 초긴장

입력
2015.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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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신뢰성 우려 차단 경남기업 지휘라인 배제시켜

성 前 회장 주장 뒷받침 물증 관건, 음성 녹취파일 원본 확보 나서

"표적수사ㆍ별건수사" 책임론 속 회심의 승부수ㆍ땜질처방 기로에

1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1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일요일인 1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수사 착수 방침을 발표하기 앞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긴급 소집한 간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일인 12일 오후 '성완종 리스트' 수사 착수 방침을 발표하기 앞서 김진태 검찰총장이 긴급 소집한 간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통한 공식수사 카드를 꺼냈다. 의혹이 박근혜정부의 대선자금으로 번지자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수사결정은 법리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건은 금품 공여자가 사망한 데다, 수사할 내용이 공개돼, 실체 규명은 미지수에 가깝다. 한 특수통 검사는 “수사는 밀행성이 생명인데, 의혹이 먼저 언론에 제기돼 떠밀리듯 하는 수사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자들의 증거인멸이나 ‘입 맞추기’ 가능성이 높아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제기되고, 야당뿐 아니라 집권여당마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이상 검찰에 다른 선택지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법리적인 이유나 수사 실무적 어려움만을 들어 수사를 미룰 경우 수사를 하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문제는 수사가 정권 도덕성을 뒤흔들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지금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검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얼개가 드러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홍준표 경남지사 부분을 빼고는, 모두 박 대통령과 직ㆍ간접적 관련이 있다. 김기춘(10만달러)ㆍ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7억원)에게 전달된 금품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돼 있다. 특히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2억원)의 경우는 박근혜정부 출범을 낳은 2012년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게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경선자금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검찰은 경향신문이 갖고 있는 성 전 회장의 음성 녹취파일(50여분 분량) 확보가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56자 분량의 메모지와는 달리, 음성파일에는 돈 전달 시점과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는데 이날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개된 분량은 전체의 7분의 1가량(6분47초)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분에 다른 물증의 존재, 돈 전달자의 신원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성 전 회장 주장의 신빙성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 검찰은 이 언론사에 녹음파일 원본 제출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동시에 경남기업이나 서산장학재단, 성 전 회장 주변 인사들을 상대로 증거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성 전 회장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뒤, 필요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기법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 측이 보관하고 있는 그의 ‘일정기록’도 중요 수사단서로 평가된다.

성완종 리스트의 8인 중에선 홍 지사는 첫 수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2011년 6월 “측근 윤모씨를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검찰에서 “개인적 채무관계로 윤씨에게 건넨 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씨는 지인들에게 “검찰에 가면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해 수사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2007년 10월~2014년 10월 매년 4억여원씩 인출된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32억원의 흐름을 규명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특별수사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계산을 읽을 수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표적ㆍ별건 수사”라고 주장하며 자살함에 따라 책임론에 휩싸였었다. 검찰은 일단 경남기업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지휘라인은 이번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성 전 회장이 메모에 적은 현 정권 핵심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전화 인터뷰 등이 ‘유언’이 된 상황에서 수사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장에 호남 출신 ‘특수통’인 문무일(사법연수원 18기) 대전지검장을 앉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론스타 수사에 참여했던 구본선(23기) 대구서부지청장과, 한수원 원전 납품비리 사건을 수사한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도 특별수사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회심의 승부수가 될지는 수사결과에 달려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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