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최고지도자 경산 종법사
원년 100주년 맞아 언론 인터뷰
"세월호 참사는 후진국형 사고… 한국, 졸부국가나 다름 없어" 일갈
“지금 우리 머리 속에는 물신(物神)만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원불교 최고지도자 경산 장응철(75) 종법사가 13일 자기 반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각개교절(4월 28일)을 앞둔 이날 전북 익산시 원불교 총부 종법사 조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신적 주체를 세우고 도덕성을 회복해 정신력이 물질을 활용하고 선용해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대각개교절은 개교와 교도들의 공동생일을 기념하는 원불교 최대 경축일로 올해가 원년 100년이다.
경산 종법사는 “한국 사회가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지만,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의 일방적 추구 속에서 후진국형사고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며 “사회에서 흔히 졸부가 비난 받듯이 우리나라도 후진국형 사고를 면치 못하는 졸부국가하고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세월호 문제만 해도 모든 국민이나 엘리트들이 책임을 느껴야 할 성장ㆍ물질위주 사고방식의 문제”라며 “이런 비인간적 관행을 벗어나지 않으면 물질가치에 함몰되고 나아가 이념의 노예가 되는 만큼 한국사회의 성장ㆍ경제위주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상처가 너무 깊어져 스스로 마음의 치료를 받아야 할 형편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본인의 인생마저 잃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진상규명을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며 “진상규명에 사회 양심세력이 나서고, 유족들은 트라우마 치료와 생업에 힘쓸 수 있도록 사회와 종교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경산 종법사는 “우리 자신도 늘 자신의 마음을 챙기고 지금 내 마음의 주소를 바라 보며 상생하고 도미덕풍(道味德風ㆍ도의 맛을 보고 바람의 덕을 일으킨다)하며 평등과 약자보호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국민교육, 평생교육을 통해 이를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100년을 맞은 원불교의 책임이 무겁다”며 “풀은 급히 성장하지만 거목은 천천히 주변과 어울려 커져나간다는 자세로 교역자들을 가르쳐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년 100년을 맞은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1916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며 물질주의에 맞선 인간 자주성 확립을 역설하며 개교했다. 국내 교도 170만명 규모다. 국내에는 642개 교당이, 해외 24개국에는 68개 교당이 있다.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는 “모두가 은혜입니다”를 표어로 삼아 교리의 10개 국어 번역사업, 세계어린이 희망 나눔 프로젝트 등 여러 기념사업을 진행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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