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원유 가격이 쌀 때 구입해서 비쌀 때 팔면 재고 마진만큼 이익을 본다. 반대로 원유를 비싸게 샀는데 요즘처럼 떨어지면 차익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요즘은 정유업계의 공급이 넘치면서 정제 마진이 생각만큼 많이 남지 않는다.
그만큼 요즘 정유업계는 괴로운 상황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요즘 정유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또 있다. 바로 인력 유출이다.
최근 중동지역 국가들이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앞다퉈 정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원유만 뽑아서 정유업체들에게 팔았지만 이제는 직접 정유사업까지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관련 인력의 부족이다. 그렇다 보니 중동지역 국가들이 우리 정유업계 인력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의 정유업계 인력은 인건비가 비싸니 빼오기 쉽지 않고, 관련 기술이 선진국 못지 않으면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업체들의 인력을 노린 것이다.
그 바람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업계는 아람코 등 중동 오일컴퍼니들에게 적지 않은 인력 손실을 봤다. 중동업체들이 파격적 조건을 내세우며 사람을 뽑아가니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모 정유업체에 따르면 연봉 6,000만~7,000만원을 받던 대리, 과장급 임원이 중동 정유업체로 옮기면서 졸지에 2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임원급으로 변신했다. 특히 중동은 인력 확보를 위해 연봉에서 소득세 등 세금을 떼지 않는 ‘노 택스’(no tax) 정책을 펴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사막에 모래바람 부는 척박한 국가에서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은데 의외로 중동 오일컴퍼니의 제안을 받은 직원들의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연봉 못지 않게 파격적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체 관계자는 “고급 인력들에게는 수영장 딸린 집을 제공하고 무료에 가까운 저가로 골프를 즐길 수 있어서 주부들 입장에선 마다 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아이들이 승마를 배우며 영어를 익히는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어 오히려 주부들이 남편의 중동 이직을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체들은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과 인력 유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유업체 임원은 “중동업체들이 노리는 인력들은 우리 정유업계에서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이직을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인력 유출이 우리 정유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방법을 강구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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