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총리부터 받겠다" 밝혔지만 사퇴 요구는 일축
일단 '참고인' 조사 무게…직접 출두 여부도 관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완구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권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이 14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검찰에 이 총리부터 수사해 줄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이 총리 자신도 "총리부터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원칙대로 간다"라고 밝힌 만큼 이 총리의 수사 형식과 시점은 전적으로 검찰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이은 국정 2인자로, 흔히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으로 통칭되는 현직 총리가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현직 총리와 비서실장이 피의자로 수사받는 일은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며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유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무총리가 현직에 있는 한 검찰이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검찰조사에는 응하겠지만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총리직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에서 인준한다"면서 "한 분의 근거없는 메모 내지 진술 한 마디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저에겐 내각을 통할하고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음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국정이 운영된다면 대단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더욱이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대통령 해외 순방이 예정된 상황에서 '국정 2인자'가 쉽게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검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총리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직무정지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총리직을 그만두든지, 그대로 유지하든지 둘 줄의 하나 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이 총리가 직위를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도록 할지, 사퇴를 요구할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이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한 채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총리가 어떤 신분으로 어떤 형태로 조사를 받게 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받으려면 범죄혐의가 확정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의혹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참고인으로서 조사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사 방법도 직접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게 될지, 서면조사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사를 받을지도 불분명하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서면 조사 등 간접조사는 오히려 '봐주기 수사', '불공정 수사' 등의 논란만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에 직접 출두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총리가 검찰조사를 받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3천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면서 "저는 한 나라의 국무총리다. 어떤 증거라도 좋다"며 결연한 의지로 결백을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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