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시기ㆍ장소 등 구체 정황
의혹 방치 땐 업무수행도 차질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의 최대 관심사가 ‘수사 순서’로 모아지고 있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현 정권 실세 8명 중 누가 첫 수사타깃이 되느냐의 문제이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파장이 가장 큰 이완구 총리를 먼저 부르라고 강력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는 수사논리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정치권 요구에 수사논리를 들이댄 것은 정치권에 수사에 간여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또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가 수사의 시작이긴 하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는 우리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넘어 경남기업의 로비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수사논리에 따라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소환시점을 결정할 경우 검찰이 고려할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잔여 공소시효’가 중요한데, 이미 시효가 지나버리면 사법처리가 불가능해 수사의 실익이 없다. 2006년 9월 1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9,500만원) 수수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당시 기준으로 정치자금법 위반(5년)과 뇌물수수죄(7년)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됐다. 그의 소환 시기는 다른 정치인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2007년 7억원)은 뇌물죄(10년) 공소시효가 3년이 남아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2011년 6월 1억원)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2012년 2억원), 이완구 국무총리(2013년 4월, 3000만원) 등 3명의 경우도 공소시효가 충분히 남아 있다. 정치자금법법의 공소시효가 7년으로 늘어난 때문이다.
소환시기를 정하는 두 번째 참작 요인은 ‘수사 단서’가 얼마나 확보됐느냐에 있다. 과거 범행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복원하는 게 검찰 수사라는 점에서 성 전 회장의 육성 증언을 뒷받침할 보강 물증이나 관련자 진술 등을 많이 확보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사의 시급성’도 검찰이 대형수사에서 염두에 두는 요인이다. 국민적 의혹을 이른 시일 내에 해소해 정치ㆍ사회적 혼란의 장기화를 방지해야 하는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세가지 변수를 고려할 때, 이 총리와 홍 지사가 가장 먼저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두 사람 모두 돈 전달 시기와 장소, 전달자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된 데다, 이대로 의혹을 방치할 경우 총리직과 지사직 업무수행이 불가능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한편 홍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돈 전달자로 거론되는) 윤모씨는 제 경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지만, 제 측근이 아니고 성완종씨 측근이다. 성씨와 윤씨의 자금 관계는 저로선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2011년 한나라당 대표 당시 홍준표 후보를 호텔에서 직접 만났고, 돈 전달 후에는 확인 전화를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당시 성완종이란 사람을 잘 몰랐다. 어처구니 없는 소리”라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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