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의 전면전 신뢰ㆍ명분 잃고
공무원 연금 개혁 등 차질 가능성
전ㆍ현직 비서실장 3명 도마에
인사 문제서도 타격 불가피
"국정원 댓글ㆍ세월호 참사이어 또…"
집권 3년차 동력 확 떨어질 듯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각을 통할하는 이완구 총리는 조만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고, 박근혜 대통령 참모진의 수장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번 파문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국정이 올스톱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정청 3축 모두 흔들… 이완구 檢 수사 불가피
현재 여권의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국정 운영의 세 축인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모두 성완종 리스트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특히 당정청 수뇌부 가운데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투 톱’을 제외한 이 총리와 이 실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이 총리의 경우 14일 성 전 회장의 육성을 통해 돈을 받은 시점과 정황, 액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여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정부의 2인자이면서 공직사회를 이끄는 총리가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된 만큼 직간접적으로 국정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총리가 주도했던 ‘부패와의 전면전’은 명분을 잃게 됐다. 검찰 수사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와 기업들의 부패ㆍ비리 엄단을 통해 집권 3년차 국정을 주도하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이 차질을 빚을 공산도 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총리에 대한 검찰의 선(先) 수사를 촉구한 데에는 적잖은 고민이 담겨 있다. 현직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이 총리에게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검 쪽으로 무게 추를 옮겨간 것은 이 총리에 대한 압박이자 검찰 불신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야당의 국회 운영위ㆍ법사위 소집에 동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李 실장 관련 폭로에 촉각… 朴 대통령 직접 타격
여권 입장에서 또 다른 핵폭탄은 이 실장 관련 대목이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이 총리와 함께 이름만 쓰여있지만 이미 “얘기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는 성 전 회장의 육성이 공개된 상태다. 성 전 회장이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만큼 이 실장에게도 돈을 줬다는 주장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 총리에 이어 이 실장 관련 내용이 추가로 터져나올 경우 여권은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는 상황에까지 내몰릴 수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전ㆍ현직 비서실장 세 사람이 모두 ‘검은 돈’ 의혹에 휩싸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인사 문제 등과 관련해 본인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국회 운영위에서 이 실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논의될 경우 참모진의 공백도 불가피해진다.
한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지난 2년간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제대로 일해볼 기회도 없었던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올해도 주변 상황에 끌려가는 식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될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수습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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