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비리 의혹 휩싸이자 참담 표정
"檢 수사 지켜보자" 원론적 입장만
청와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직 국무총리가 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찰의 1순위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참모들은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강경했다. 성완종 리스트의 초점이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일부 친박계 인사들로 맞춰진 데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힘으로써 상황을 관리하려 했다. 그러나 14일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현직 총리가 비리 스캔들에 이름을 올린 데다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정권의 도덕성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내각을 이끄는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여당에서 정면에서 거론할 정도로 총리의 입지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이번 파문이 여권 핵심부의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자필 메모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등장한다. 성 전 회장과 경향신문의 전화통화 내용에 만에 하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한 구체적 의혹이 포함돼 있다면 그야말로 초대형 파문으로 번질 수 있다. 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권에서는 “경향신문의 추가 보도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이 총리와 이 실장의 거취를 박 대통령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청와대는 이 총리 의혹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검찰 수사를 지켜 보자”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 관련 질문에 “청와대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필요하면 이 총리가 조사에 응한다고 했다”고만 답했다. 민 대변인은 야당의 이 총리 직무 정지 요구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경향신문이 무엇을 추가 공개할 것인지를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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