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우선 수사 새누리 요구에 '정치권 개입 말라' 공개 경고
成 의원 시절 보좌관에 출두 통보, 홍준표에 돈 전달자도 소환키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14일 새누리당이 이완구 국무총리를 우선 수사대상으로 촉구한 데 대해 “수사는 수사 논리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 실세 8명이 연루돼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번 수사에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라는 공개 경고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2013년 4월 재ㆍ보궐 선거 출마 당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의 논의나 언론의 문제제기에 귀를 막고 안 듣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원칙대로 정도(正道)를 걷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와 관련해 “특정인을 거명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도 “수사팀이 좌고우면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빈말이 아니며, 공정하고 부끄럽지 않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범위나 대상을 ‘경남기업의 비자금 용처와 관련한 (정치권) 로비 의혹 규명’이라고 규정, 수사를 확대할 뜻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 메모에 있는 리스트에 기초해 시작하지만, 그에 한정되거나 국한되는 수사가 아니다”며 “메모는 하나의 징표일 뿐이며, (수사과정에서) 어디든 누구든 드러나는 게 있으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정치권의 수사개입 움직임에 대해 ‘법무장관 입장 발표’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황 장관은 “정치권 등에서 특정인을 거명하며 수사대상과 시기, 방향 등을 제시하는데, 이는 결코 국민적 의혹 해소와 진상 규명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검찰은 소속 정당이나 지위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의원 시절(2012년 4월~2014년 6월) 보좌관을 지낸 최측근 인사 이모씨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고 경남기업 관계자 약 10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2011년 6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 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윤모씨도 곧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2004년부터 11년간 성 전 회장이 정ㆍ관계 주요 인사들과 만난 날짜와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둔 일정기록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료에 담긴 내용들을 토대로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친박계 정치인 6~8명에게 수억원씩을 건넸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 볼 예정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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