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들과 폭로대상 골라내
'금고지기' 前 부사장이 檢에 전달
돈 받은 정치인 더 담겼을 가능성
측근 11명 자택 등 15곳 압수수색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금품을 준 적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측근들과 폭로 대상을 선별한 대책회의를 가졌으며, 이 과정을 녹취한 파일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 녹취파일과는 다른 제2의 파일에는 ‘성완종 리스트’의 작성 배경뿐 아니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다른 정치인들도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커,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한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성 전 회장과 금품수수 폭로 대상을 선별하면서 진행했던 회의 과정을 녹음했으며, 최근 이 파일을 검찰에 전달했다. 이는 앞서 한 전 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기업의 비자금 내역 USB파일과는 별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예정됐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열린 대책회의에는 성 전 회장과 한 전 부사장, 이모 경남기업 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과거 금품을 전달한 적이 있는 전체 정치인들을 열거해 정리한 다음 공개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부사장은 이날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여권 실세들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이 사실인지 묻는 질문에 “다 나온다. 때가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전문도 이날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은 메모지에 금품액수 없이 이름만 기록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홍성 사람이고, 참 착하고 나하고 가까운 분인데, 처신을 잘해야 한다”며 “아이고 뭐, 뭐, (말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수사 배경에 대해 “(내가) 성장하는 게 배 아파서 그런 것 같다”며 “그래서 (나와 가깝고 가까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의식해 가지고 계속 그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이날 경향신문으로부터 성 전 회장의 자살 전 인터뷰 녹취파일을 제출받아 정밀 분석에 들어가는 한편, 경남기업 본사와 성 전 회장의 측근인사 11명의 자택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성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이완구 국무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 “2013년 4월 4일 오후 이완구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성 전 회장이 (돈이 담긴)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이를 부인한 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메모나 일방적 주장만으로는 거취를 결정 못한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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