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성완종 리스트와 연관이 있을까. 통찰 담긴 칼럼 두 편이 한 신문에 실렸다. 먼저 유비(類比)다. 둘은 닮았다. 침몰과 도망. 인과(因果)도 가능하다. 비극이 부른 비극.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부정부패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유체이탈’ 화법이다. (…) 대한민국호는 지금 침몰중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고집하고 있다. (…) 신뢰를 잃고 비틀거리는 이완구 총리에게 뒷일을 맡기고 나라를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과, 침몰하는 세월호와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하던 이준석 선장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인다. (…) 세월호 참사와 성완종 리스트는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 첫째, 박근혜 정부는 애초 ‘과적’ 상태에서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등 너무 많은 것을 약속했다. 자신에게 그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 같다. (…) 둘째, 영남 중심의 편중인사로 ‘평형수’를 빼버렸다. (…) 반대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정권이 복원력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셋째, 검찰의 독립성은 검찰총장 중심으로 지휘체계가 확고할 때 기대할 수 있다. (…) 승진을 눈앞에 둔 검사장과 부장검사들은 충성 경쟁을 불사하며 우르르 몰려다녔다. ‘고박’이 풀린 것이다. 넷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획 사정이라는 ‘급변침’이 결국 사고를 일으켰다. (…) 성완종 리스트는 돌발사건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 내재하고 있던 구조적 문제가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이번에야말로 뿌리를 찾아서 덩어리를 들어내야 할’ 것은 과거 정권의 비리가 아니라 자신과 주변 참모들의 구조적 비리였다. 지금 남의 일처럼 화를 낼 때가 아니다.”
-선장의 탈출과 대통령의 출국(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현장칼럼 창’ㆍ정치부 선임기자) ☞ 전문 보기
“콘크리트라던 지지율에 쫘악 금이 갔다. (…) 6월 지방선거는 참패였다. 유독 더 아픈 건 충청이다. (…) 세월호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니 총리는 누가 뭐래도 충청 출신이어야 했다. 문창극은 청주 출신이었다. (…) 세월호 이후 치러진 당내 선거란 선거에선 모조리 ‘비박’이 당선됐다. 정의화, 김무성, 유승민. (…) 그러니 총리는 이완구일 수밖에 없다. 충청 출신인데다 당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 그렇게 인화물질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이는 엉뚱하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 ‘촛불’로 기가 꺾였던 그였기에 세월호에 시달리는 대통령을 보니 입이 근질거린 게다. (…) 이완구를 시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 이완구는 쑥스러웠을 뿐이지만 성완종은 피가 거꾸로 솟았다. “사정을 당해야 할 사람이 사정하겠다고 소리지르고 있어. 이완구는 사정 대상 1호입니다.” 연쇄반응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대통령의 세월호 냉대→지지율 추락→충청 총리 집착→당내 기반 붕괴→이명박의 비판→부패와의 전쟁→성완종 리스트.”
-성완종은 세월호의 복수다(한겨레 ‘편집국에서’ㆍ김의겸 디지털부문 기자) ☞ 전문 보기
비정한 우파지. 양비론을 편다. 물론 고인도 허물이 있겠지만 희생양은 누구한테 필요했나.
“정국을 뒤엎은 ‘성완종발(發) 세월호’에서 진짜 억울하고 피해 입은 이들은 따로 있다. (…)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불과 6일 뒤, 그가 경영했던 경남기업은 주식시장에서 명이 끊겨 퇴출당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황이 강타한 이후 국내 건설업계는 빙하기를 거치며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 이 혹독한 빙하기에도 버텨온 기업들은 과거의 공격적인 경영이나 문어발식 확장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을 다진 회사들이다. 하지만 관급 공사를 많이 하면서 회사를 키운 경험 탓인지 성 전 회장은 좀 다른 판단을 한 것 같다. 정치적 인맥에 적극 ‘투자’했고, 그 자신 정치인이 됐다. (…) 성 전 회장의 사업적 판단은 실패로 판명 났다. 회사는 두 차례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 금융권이 이 회사 주식을 헐값에 처분하면서 입은 손실만 800억원이고, 1조원 넘는 채권액이 물려 있다. (…)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도 손해를 봤다. 성 전 회장은 돈 많이 벌어 가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준 희망의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어 했지만, 실상은 자기 회사 직원과 1800여개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사회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기업인이 되고 말았다. (…) 정말로 그의 말대로 ‘소소한 관행’을 무시하고는 도저히 사업이 안 되는 사회 탓인지, 기업 본업보다는 정치권을 맴돌며 보험 드는 것이 여전히 비용도 적게 들고 이득이 많이 남는 후진적 유착이 팽배한 건지, 뿌리부터 파헤쳐 청산하고 쇄신해서 나아가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 억울한 사람은 따로 있다(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경희 사회정책부장) ☞ 전문 보기
“정치권은 그의 ‘배신감’이 극단적 선택을 불렀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성씨와 오래 거래해 온 금융권 시각은 다르다. 근본 원인을 ‘돈’에서 찾는다. 가장 돈을 많이 물린 수출입은행 측은 “경남기업은 경제나 시장 논리보다 항상 정치권-금융당국을 앞세우는 불편한 관계였다”고 기억했다. (…) 법정관리를 앞두고 경남기업이 뒷짐을 지자 은근히 추가 대출을 압박하던 금융당국은 난감해졌고, 거래 은행들마저 당혹스러운 처지였다고 한다. (…) 경남기업 몰락의 근본 원인은 건설 경기 침체가 결정타였다. 경남기업도 국내외에 무리하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벌였다. (…) 정치권 인맥을 동원해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고 워크아웃을 졸업했던 성씨는 이번에도 필사적으로 구명운동을 펼쳤다. (…)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그의 마당발은 통하지 않았다. (…) 결국 그는 경영권을 내놓았고, 담보로 맡긴 지분까지 매각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이미 ‘부패 사정’의 기획수사가 성씨의 ‘표적 저주’라는 부메랑을 불렀다. 그의 메모가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초래할지, 아니면 그의 통화 녹취록처럼 “꼭 좀 보도해 우리 사회를 맑게 해줄”지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성씨의 비극은 돈과 탐욕이 부른 이 시대의 막장 드라마라는 사실이다.”
-돈과 탐욕이 부른 성완종의 비극(4월 14일자 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결과는 뻔하다. 진위가 관건이 아니다. 느슨한 결박만 풀린다. 증거 없어 다행인 검찰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딸로 살아온 삶이 성공의 원인이자 지금 처한 곤경의 원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판에 들어왔으나 그 후광에 눈이 부셔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정치는 아무리 아껴 써도 돈이 들어가는 분야인데 그에게만 돈을 써야 돌아가는 현실의 정치판이 보이지 않았다. (…)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이 아는 정치판과 자수성가한 성 회장이 아는 정치판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 성 회장의 메모와 인터뷰 내용이 다 맞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일부는 똥물을 퍼붓는 심정으로 끼워 넣은 허위일 수도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로는 메모와 인터뷰 내용의 진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은 교묘하게 주고받는 것이라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사법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 그게 입증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돈이 오간 사실이 없다고 믿지 않는다. 망자(亡者)가 죽음에서 돌아와 자신의 메모를 철회해 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망자의 메모가 갖는 비극적 성격이다. 정면 돌파한다 해도 극복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사정발(發)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셀로의 비극(동아일보 ‘송평인의 시사讀說’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신문 보도를 믿는다면 한국의 취조도 동독의 취조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다른 탈출 조력자의 이름을 대지 않으니까 부인과 아이들을 벌주겠다며 압박하는 것이나 부인이 하는 사업까지 샅샅이 뒤지며 ‘딜’을 하자고 조여드는 게 다를 바 없잖은가? 민주화된 지 30년이 되어가는 한국의 취조 방식이 국가안전부가 침실까지 감시하던 동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 현실이 혼란스러워서 올해 스무 살이 된 대학생하고 이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좀 나누어보았다. (…) “다 선거 때마다 조금씩 주고받고 그러는 거잖아요”라는 당사자의 증언도 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게 정말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행이고 가끔 폭로나 수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경우에만 처벌받는 게 현실일 것 같다. 이야기는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아마 수사는 꽤 크게 벌일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러나 엉뚱한 걸 끼워넣어서 물타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완전히 망할 것이기 때문에. 그 엉뚱한 건 아마 야당 쪽 사람들의 선거자금 수사일 것이다. 조금씩 주고받은 걸 캐려고 들기만 하면 뭐든지 캐낼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양쪽에서 몇 사람 잡혀들어가고, 요란하게 보도되고, 여당이나 야당 모두 마찬가지이고 정치는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결론이 맺어질 것이다.”
-결말 뻔한 정치자금 수사(경향신문 ‘녹색세상’ㆍ이필렬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부))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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