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이완구 국무총리의 운명이 바람 앞에 놓인 등불 신세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의혹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떠한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 총리 퇴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두 달 남짓한 임기를 채운 이 총리가 만약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물러나게 된다면 박 대통령은 또 다시 새로운 총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지만 총리 지명만 5번 했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총리 인사에 유독 부침이 심하다. 박근혜 정부 총리 수난사를 정리해 봤다.
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진 인사 - 김용준 총리 후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 24일 박근혜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한다. (▶기사보기 ) 김 후보자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박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왔고, 지체 장애인 출신 첫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불거진 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다. (▶기사보기) 갈수록 의혹이 확산되면서 김 후보자는 결국 총리 지명 닷새만인 같은 달 29일 후보자에서 사퇴한다.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 기사보기)
② '뫼비우스 총리'라는 별명까지 붙은 기구한 운명- 정홍원 총리
초대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부담이 커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8일 자신이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으로 임명했던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다. (▶기사보기 ) 정홍원 총리 후보자 역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다행히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한다. (▶ 기사보기) 하지만 정 총리의 수난은 취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정 총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같은 달 27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수습된 후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혀 ‘시한부 총리’ 논란을 불러 온다. (▶기사보기) 더 큰 시련은 박 대통령이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시작된다. 잇따른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부담을 안게 된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사퇴 의사를 밝힌 정 총리를 두 달여 만에 공식적으로 유임시켰기 때문이다. (▶기사보기 ) 이 때부터 정 총리를 두고 ‘식물 총리’가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한다. 짐을 쌌다가 풀었다가 하던 정 총리도 이완구 총리가 임명되면서 결국 퇴임하게 된다. 하지만 정 총리의 이름은 이 총리가 후보자 시절 부적절한 언론관 등의 이유로 국회 인준 여부가 불투명했을 때, 또 최근 ‘성완종 리스트’ 연루 건으로 논란이 되면서 다시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기사보기)
③ 전관예우 논란에 날라간 대쪽 검사- 안대희 총리 후보자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자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5월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에 안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선이 굵은 안 후보자와 박 대통령은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안 후보자 카드를 전격적으로 선택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기사보기) 하지만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가 문제였다. (▶기사보기) 안 후보자는 논란이 확산되자 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 당시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친다. 하지만 안 후보자가 해명 과정에서 언급한 기부금 중 일부가 청와대의 총리 인선 와중에 낸 것으로 알려져 기부의 순수성에 의혹만 더해진다. (▶기사보기) 결국 안 후보자는 총리 지명 6일 만인 같은 달 28일 자진 사퇴한다. (▶기사보기)
④ 총리 인사 부침의 결정판- 문창극 총리 후보자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국정공백에 대한 부담이 커진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6월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다. (▶기사보기) 보수논객 지명에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문 후보자 지명은 그의 과거 역사관 관련 발언으로 또 다시 파국을 맞는다. (▶기사보기) 문 후보자 역시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과 관련 법적 대응 등을 거론하며 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조계종 등 각계 여론의 압박 속에 자진 사퇴한다. (▶ 기사보기) 공교롭게 문 후보자의 논란 당시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었다는 점은 이번 이완구 총리의 진퇴 여부를 둘러싼 상황과도 겹치는 부분이다. 문 후보자 논란 당시 박 대통령은 귀국 후 결정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고,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위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기사보기)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순방 이후 이 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 것이 문 후보자 때와 같은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⑤ 총리 잔혹사 이어가나?-이완구 총리
2015년 1월 23일 총리에 지명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여당 원내대표에서 총리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논란도 있었지만, 우려보다는 기대 속에서 출발했다. (▶기사보기) 하지만 이 총리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서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부각되면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걷는다. (▶기사보기) 특히 청문회 직전 터진 부적절한 언론관이 논란이 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되지만 여당의 엄호 속에 가까스로 국회 인준에 성공하고 임기를 시작한다. (▶기사보기) 취임 초 의욕적인 행보에 나선 이 총리는 특히 부정부패 발본색원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원외교 비리를 정조준한다. (▶기사보기 ) 이 대목이 결국 자신의 총리직 수행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은 예상하지 못한 채.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타깃이 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불법정치자금 리스트에 이 총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액수가 안 적혀 있을 때만 하더라도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이 총리 역시 성 전 회장과의 인연에 선을 긋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했던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리가 2013년 재보선 당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초점은 이 총리에게 집중된다. (▶ 기사보기) 이와 관련 이 총리는 “돈 받은 게 사실이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초강수를 두지만, 사실과 다른 해명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입지가 점점 줄어든다. (▶기사보기) 박 대통령이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이 총리의 거취를 순방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 총리 사퇴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기사보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