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전형 입학생 70% "사교육 無"
교내 선생님 등 공교육 자원 활용
전형의 공정성·신뢰성 확보 중요
정시·교과성적 전형은 부담 커
학교 생활에 충실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사교육비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비중이 높은 정시 모집과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은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큰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과거 이명박 정부처럼 양적 확대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고교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의 ‘전형 유형별 사교육 요인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성균관대, 중앙대, 숙명여대, 충남대 등 전국 7개 대학 55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교육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국제화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90.5%로 가장 높았다. 입학 전형별 사교육 경험은 정시 모집이 86.6%, 교과성적우수자 82.1%, 논술 전형 77.8%, 입학사정관 전형 30.1%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수능 100% 전형인 정시 모집과 학생부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학생부 전형은 교과우수자(학생부 교과), 입학사정관(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나뉜다. 외국어 특기자를 뽑는 국제화 전형은 토익이나 토플 등의 영어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다.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69.9%는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혼자 하는 것이 더 효과적’(38.7%), ‘교내 선생님의 지도가 충분해서’(22.6%), ‘교내 방과 후 학교 이용’(6.5%), ‘교내 동아리 구성 활동’(6.5%)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사교육 부담은 국제화 전형 입학생들이 가장 컸다. 사교육을 받은 기간이 ‘2~3년 동안’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국제화 전형 학생이 73.7%로 월등히 높았고, 정시 58%, 교과성적우수전형 50%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논술과 입학사정관 전형은 2~3년간 사교육을 받은 학생 비율이 각각 35.6%, 26.5%에 불과했다.
사교육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학생 비율은 논술 전형이 17.8%로 가장 높았고, 입학사정관 17.6%, 국제화 15.8%, 교과성적우수 8.7% 등이었다.
월 평균 사교육 비용이 ‘9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국제화 전형에선 무려 42.2%에 달했다.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의 17.4%, 정시의 15.5%, 논술전형의 13.2%, 입학사정관 전형의 12.1%가 90만원 이상을 사교육에 쏟았다. 반면 사교육비로 ‘60만원 미만’을 쓴 학생 비율은 교과성적우수자가 69.6%, 입학사정관 전형이 63.6%였고, 국제화 전형은 21.1%로 가장 낮았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전형전문교수는 “정시 전형은 수능 문제 하나로 당락이 갈리는데 수능은 학교 공부 만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워 학생들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입학사정관제는 학교 생활을 얼마나 충실했는가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사교육 경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지은림 교수는 “동아리 활동ㆍ방과후 수업 등 학교가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할수록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며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대입 전형 개선도 중요하지만 학교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은 “입학사정관제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지만 평가의 객관성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학교별로 편차가 큰 경시대회 등 비교과 영역의 비중을 줄이고 수업과 관련된 프로젝트ㆍ수행평가 등의 교과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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