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위성 가니메데 거대한 바다 관측
얼음층 아래 수심 100㎞ 지구의 9배
조만간 외계생명체 우리 앞에 나올지도
팔순이지만 정보사회의 편리함을 즐기는 노모께서 전자메일 한 통을 보내오셨다. 인터넷을 산책하다 바다를 연구하는 아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 갈무리한 기사를 보낸다는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기사의 내용인즉슨 목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 가니메데(Ganymede)에 거대한 바다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중순 각종 언론 매체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발표를 인용해 가니메데에 바다가 있다고 보도했다. 태양계는 물론 광활한 우주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지구에만 바다가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인데, 또 다른 바다가 태양계에 있다는 것이다. 지구 밖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외계 생명체 이티(ET)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주탐사를 하면서 다른 행성에 물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물이 있으면 생물이 있을 확률이 높다. 물은 생물의 생리작용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이 풍부한 바다에서 생물은 물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편 물이 몸을 둘러싸고 보호막 역할을 해주니 신체 보호가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바다는 비열이 큰 물 덕분에 온도 차이는 물론 환경 변화가 적으므로, 극한 추위와 더위, 가뭄 등 생물이 살기에 어려운 환경 조건이 있는 육지와 다르다. 그래서 최초 지구 생명체는 바다에서 탄생했다. 인간도 태아 시절에는 양수에 떠 있지 않은가.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체가 생겨나기 알맞은 어머니 자궁같이 아늑한 곳이다. 지구가 온갖 생물로 활기 넘치는 행성이 된 것도 다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가니메데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항성, 행성, 위성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항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행성은 지구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이다. 예전에는 일본식 한자어인 혹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위성은 행성의 인력에 의해 그 주위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달을 생각하면 된다.
가니메데는 지구로 치면 달과 같은 존재로 목성의 위성 가운데 가장 클 뿐만 아니라 태양계에 속한 8개 행성이 거느린 어떤 위성보다도 크다. 직경이 약 5,300㎞가 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행성과 크기를 비교하자면 수성보다 크고 화성보다 조금 작다. 가니메데는 자기장이 있는 유일한 위성으로 지구의 극지방에서처럼 오로라가 생긴다. 오로라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며, 자기장은 바다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오로라 사진을 분석하면 바다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우주공간에 떠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가니메데를 촬영하여 표면 얼음층으로부터 약 150㎞ 아래에 지구의 바다보다 더 많은 양의 짠물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이곳 바다가 수심이 약 100㎞로 지구에서 가장 깊은 수심 11㎞의 마리아나해구보다도 9배 정도 깊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니메데는 1610년 갈릴레오가 발견했다. 중국 천문자료에 그보다 앞선 기록이 있다고는 하지만 과학자들이 가니메데에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이다. 그리고 2002년에는 가니메데에 자기장이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쏘아 보낸 탐사선 갈릴레오에서 20분 간격으로 자기장 조사를 한 결과였다. 그러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는 바다가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바다가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은 향후 10년 안에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밖에서 바다를 찾았으니, 조만간 외계 생명체 이티가 우리 곁에 불쑥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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