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발해의 멸망이다. 926년 거란족에 망했지만 고구려의 고토(故土)를 차지하며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고까지 불렸던 발해가 속절없이 무너진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 중 하나의 설이 백두산 폭발이다. 10세기 초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백두산 폭발은 화산 폭발강도를 측정하는 지금의 화산폭발지수(VEI)로 보면 7.4에 해당된다. 서기 79년 이탈리아 고대도시 폼페이에 최후의 날을 안긴 베수비오 화산폭발(5.0)보다 50배나 더 강력했다니 그 충격이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 1925년 분화가 마지막이었던 휴화산 백두산에 다시 심상찮은 폭발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에 따르면 최근 침강하던 백두산 천지 외륜산의 해발이 지난해 7월부터 높아지고 있고, 1990년대 섭씨 69도이던 온천수가 83도까지 올라갔다. 헬륨 농도는 7배나 증가했다. 마그마 활동이 계속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뜻으로, 모두 화산 폭발전의 징후다. 일보 도호쿠대학의 다니구치 히로미쓰 명예교수는 백두산 분화 확률이 2019년까지 68%, 2032년까지는 99%라고 예측했다.
▦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화산활동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백두산 아래에는 4개의 마그마 층이 함경북도 방향으로 분포돼 있고, 가장 가까운 마그마는 지하 10㎞에 있다.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북한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지하 2㎞ 지점에서 핵실험을 하면서 마그마 층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1차 핵실험 뒤인 2006년 10월 백두산 정상에서 마그마 분화단계를 뜻하는 고온의 가스와 열이 분출된 것이 러시아 기상관측 위성에 잡히기도 했다.
▦ 백두산이 다시 폭발한다면 위력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57명이 숨져 일본 전후 최악의 화산재해로 기록된 일본 온타케산 폭발과 지난 22일 칠레 안데스 산맥의 칼부코 화산 분출 등 환태평양지진대의 빈번해진 화산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지진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국 동북부 지역에 이례적으로 강진이 잇따르는 것을 인근 백두산의 대폭발 징후로 보기도 한다. 재앙의 경고를 무시한 네팔의 지진참사를 보면서 백두산의 전조를 무겁게 느낀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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