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고에 1회에만 6점, 10-1 승리
이승엽ㆍ이병규 키워낸 박상길 감독
"주변 우승 얘기 부담됐지만 해냈다"
박상길 경북고 감독은 28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충고와 결승전을 앞두고 “결승 무대가 오랜만이라 선수들이 긴장만 하지 않으면 우승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자타 공인 고교야구 최강의 원투펀치를 보유한 경북고는 이변이 속출한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결승까지 순항했다. 그러나 박 감독의 말처럼 2008년 봉황대기 준우승 이후 전국대회에서 7년 만에 진출한 결승이다.
기우에 불과했다. 경북고는 1회에만 6점을 몰아치며 10-1로 승리, 1981년 우승 이후 34년 만에 초록 봉황을 다시 품에 안았다. 아울러 초대 우승(1971년)을 비롯해 1975년, 1981년에 이어 통산 4번째 우승으로 북일고(5회)에 이어 봉황대기 두 번째 최다 우승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도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이번 대회에서만 4승을 책임진 최충연(3년ㆍ경북고)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반면 1963년 창단 후 52년 만의 첫 우승에 도전했던 장충고의 돌풍은 경북고의 높은 마운드에 막혀 막을 내렸다.
춘천에서 열린 첫 봉황대기 결승전 열기는 뜨거웠다. 양교 교직원과 학부모 재학생들 500여명을 비롯해 이종승 한국일보사 사장, 최동용 춘천시장, 김종업 대한야구협회장 직무대행, 정용언 강원도 야구협회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상길 감독은 2013년 경북고 지휘봉을 다시 잡은 후 처음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 놓았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 차례 경북고 감독을 지냈고, 그 이전에 이승엽(삼성)과 이병규(32ㆍLG)의 중학교 시절 은사이기도 한 박 감독은 2005년 팀을 떠났다가 8년 만인 2013년부터 다시 경북고를 지휘하고 있다.
박 감독은 예상대로 전날 동산고와 준결승에서 완봉승을 거둔 박세진을 앉혀 두고 오른손 에이스 최충연(3년)을 선발로 내세웠다. 타선도 경기 시작부터 불을 뿜어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경북고는 1회말 1사 후 2번 배지환(1년)이 2루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3번 이태민(3년)의 볼넷에 이어 4번 곽경문(2년)의 중월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급격히 흔들린 장충고 마운드를 상대로 안타 1개와 볼넷 2개, 사구 1개를 더 보태 5점을 추가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마운드에는 최충연이 버티고 있었기에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7-1로 달아난 2회말 경북고 관중석에서는 교가가 흘러나오며 이미 승리를 자축했다.
박상길 감독은 “투수력이 좋아 주변에서 우승 얘기를 많이 해서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매 경기 타선이 안 타져 어려운 경기였다. 어제 준결승부터 안정감을 찾고 풀린 것이 오늘 1회 대량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편하게 경기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비록 패했지만 4강 후보로도 거론되지 않았던 장충고는 매 경기 역전승으로 결승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김상훈 SPOTV 해설위원은 “1회에 승부가 끝났다. 투수가 너무 안 맞으려고 하다가 볼넷이 많아져 대량 실점했다”고 평가했다. 장민수 장충고 감독은 “우승을 놓쳐 아쉽지만 선수들이 벤치를 믿고, 서로 신뢰하며 잘 따라와줘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올 시즌 고교야구 첫 대회로 시기를 바꿔 지난 15일 개막한 봉황대기는 보름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용언 회장은 “부상자도 없었고, 지역의 관심도 높아 성황리에 대회가 끝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춘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